일 보고 돌아서면 또… 그 ‘남성’의 고민

  • 입력 2008년 2월 11일 03시 02분


겨울에 심해지는 잦은 소변 원인과 치료법

《“화장실에 뭐 숨겨둔 거라도 있어?” 자주 화장실에 들락거리는 김세경(37·회사원) 씨에게 동료들이 하는 말이다.

김 씨는 근무 시간 중 10회 이상 소변을 보러 화장실로 간다.

그는 “온 신경이 아랫도리에 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일 안 하고 화장실만 열심히 들락거린다’는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소변 욕구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중요한 회의를 할 때, 영화를 볼 때, 장거리 운전을 할 때 이런 고통은 더 커진다.

잦은 소변으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요즘처럼 추운 날씨는 더욱 두렵다.》

○ 소변이 차지 않은 상태에서 방광 수축

하루 8번 이상 소변을 본다면 병적으로 잦은 소변을 본다고 할 수 있다. 건강한 남성은 하루 평균 1200∼1500cc의 소변을 5, 6회에 걸쳐 배출한다. 소변을 자주 보는 사람은 같은 양의 소변을 10∼15회, 심지어는 20회 이상 나눠 배출한다.

소변이 자주 마려운 것은 스트레스 등 정신적 문제, 방광과 관련된 신경계통 이상, 전립샘염 때문일 수 있다.

건강한 사람도 긴장하거나 불안하면 소변이 마려워진다. 불안한 심리상태가 자율신경계를 자극하고,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방광도 영향을 받는다.

잦은 소변은 평소 방광이 비정상적으로 예민한 ‘과민성 방광’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방광에 소변이 충분히 차지 않은 상태에서 방광이 저절로 수축하기 때문이다. 참을 수 없기 때문에 ‘절박뇨’라고도 한다.

이런 증세는 신경계통의 문제로 뇌중풍(뇌졸중), 척추 손상, 파킨슨병 등으로 인해 방광과 요도를 지배하는 대뇌, 척수, 말초신경이 훼손되거나 문제가 있을 때 생긴다.

잦은 소변은 신경계통 문제뿐 아니라 전립샘염, 전립샘비대증, 방광염의 2차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전립샘염이나 방광염이 있으면 소변이 자주 마려울 뿐 아니라 소변을 볼 때 아프기도 하다. 전립샘은 요도 위쪽에서 정액의 일부를 만드는 기관이다. 전림샘염이나 전립샘비대증이 있는 남성은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 한참 기다려야 소변이 나온다. 소변을 봐도 시원치 않고 뭔가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전립샘염은 20∼50대 남성 10명 중 3명이 앓고 있으며, 전립샘비대증은 60대 이상 남성 절반이 가지고 있을 만큼 흔한 질환이다.

방광염은 세균 침입 등에 의해 방광에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다. 소변을 찔끔찔끔 보기도 하고, 피가 섞인 혈뇨나 악취가 나는 ‘혼탁뇨’를 보기도 한다.

○ 잦은 소변 원인부터 알아야

잦은 소변을 치료하려면 과민성 방광 때문인지, 전립샘염 전립샘비대증 방광염 때문인지 먼저 구별해야 한다.

과민성 방광 때문이라면 배뇨 훈련 등 행동요법과 방광 수축을 억제하는 약물요법으로 치료한다. 소변 배출을 관장하는 괄약근을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단련시키는 ‘케겔 운동’을 하고, 방광을 안정시키는 ‘항콜린제’를 쓴다. 과민성 방광을 일으키는 신경에 전기자극을 줘 방광 수축을 억제하는 전기자극 치료를 하기도 한다.

잦은 소변이 전립샘염, 방광염 등의 2차 증상이라면 근본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전립샘염은 항생제 투여로 치료가 잘되는 편이다. 만성 전립샘염 환자는 배뇨 개선제를 복용하거나 회음부(음낭과 항문 사이) 근육을 이완시키는 훈련을 받기도 한다.

전립샘비대증이 있다면 전립샘 크기를 줄이거나 요도에 대한 압박을 완화시키는 치료를 받는다. 증세가 심할 때는 전립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기도 한다.

방광염의 최대 원인은 대장균 감염이므로 항생제가 사용된다.

○ 술-커피 등 방광 자극하는 음식 피해야

잦은 소변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술은 최대의 적이다. 알코올은 방광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커피 차 초콜릿 등 카페인이 든 음료나 탄산음료, 인공감미료가 든 음료를 비롯해 매운 음식 등 방광을 자극하는 음식료도 피한다.

약간 뜨거운 물에 10여 분 동안 몸을 담그고 있거나 샤워할 때 선 채로 뜨겁고 강한 물줄기를 회음부에 쏘여 주면 전립샘 건강에 좋다. 너무 뜨거운 물로 샤워하거나 고환 부위를 직접적으로 찜질하는 것은 정자의 운동성을 감소시키므로 피한다.

(도움말=이규성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 한웅규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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