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영장류학자 리처드 랭험 교수는 인간의 날씬한 몸매가 ‘요리’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는 ‘미스 침팬지’라 해도 허리가 펑퍼짐할 수밖에 없다는 것. 왜 그럴까.
“사람의 소화기관 크기는 영장류의 60% 수준입니다. 영양분이 많고 소화되기 쉽게 요리한 음식을 먹기 때문에 소화기관이 줄어들었죠.”
배 속에 들어 있는 장의 부피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허리’가 생겼다는 말이다. 내장기관이 줄어든 만큼 커진 기관이 바로 뇌다. 인간의 뇌 용량은 침팬지의 3배나 된다. 이런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시점은 190만 년 전 불을 사용한 최초의 인류인 호모에렉투스가 등장하면서부터다.
400만 년 전 등장한 초기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두 발로 걸었고 도구도 사용했지만 뇌 용량은 여전히 침팬지만 했다. 골반은 넓어 허리가 굵었음을 시사한다. 랭험 교수는 “뇌가 팽창한 시기와 불을 사용한 시기가 비슷하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요리를 했느냐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에렉투스의 운명을 갈랐다”고 말했다.
과학동아 12월호는 요리하는 인간 즉, 호모코쿠엔스(Homo coquens)가 등장함으로써 오늘날 인류가 탄생한 흥미로운 과정을 되짚어 봤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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