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Before&After]안구건조증으로 시력 저하

  • 입력 2007년 10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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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타시스 쓴 지 3개월… 길거리 간판이 보인다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고, 무언가에 몰두할 일이 많은 현대인은 누구나 한 번쯤 눈이 침침하고 뻑뻑한 증세를 겪는다. 바로 안구건조증이다. 안구건조증 때문에 시력이 나빠지고 자칫 실명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설마’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박내옥(41) 씨가 실제로 그랬다. 4년간 심한 안구건조증에 시달렸는데도 잘 모르고 결막염 치료만 받던 박 씨는 길거리 간판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나빠졌다.

박 씨는 안구건조증 진단을 받고 치료제 ‘레스타시스’를 쓴 뒤에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횡단보도 건널 때 딸이 안내해

2002년 가을 박 씨는 동네 안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눈이 뻑뻑하고 충혈되면서 눈곱이 끼기 시작했던 것. 동네 안과에서는 세균이 침입해 생기는 결막염이라고 진단하고 약을 처방해 줬다.

항생제를 썼지만 박 씨의 눈은 점점 더 증상이 심해졌다. 약을 넣을 때 잠시 괜찮은 듯하다 금세 다시 뻑뻑한 느낌이 들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눈이 잘 떠지지 않고 항상 찌푸린 얼굴로 생활했다. 오후가 되면 증세는 더 심해져 외출도 삼가게 됐고, 어떨 때는 눈이 아파 1, 2시간을 누워서 쉬고 난 뒤에 설거지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기분이 우울해져 아이들에게 짜증이 늘었다.

시야가 흐려지다 보니 길거리 간판이 잘 안 보이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초등학생인 딸아이가 손을 잡고 안내해 줘야 했다. 유치원생인 막내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기도 버거웠고 그렇게 즐겨 읽던 신문도 딸아이의 자연관찰 도구인 돋보기를 사용해야 볼 수 있었다.

2005년 5월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을 찾은 박 씨는 자신의 증세가 결막염이 아닌 안구건조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인공눈물을 써도 눈이 뻑뻑한 건 마찬가지였다. 하도 낫지 않자 베개를 바꾸는 등 민간요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새로운 안구건조증 치료제인 레스타시스가 국내에 들어왔다. 박 씨는 이 치료제를 쓴 지 3개월 만에 막내에게 다시 책을 읽어 줄 수 있게 됐다. 일주일에 두 번 컴퓨터 학원을 다니기도 한다. 0.2까지 떨어졌던 시력은 1.0으로 살아났다.

○안구건조증은 눈물 부족+염증 질환

안구건조증이란 눈물이 부족한 병 아닌가. 그런데 왜 인공눈물이 아닌 다른 치료제를 써야 나을까.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정성근 교수는 “과거에는 단순히 눈물의 분비가 부족한 병이라고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외부 자극 때문에 눈에 염증이 생긴 병으로 밝혀졌다”며 “염증이 생기면 인체는 ‘사이토카인’이라는 방어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성분은 눈물 분비를 저해해 눈물층이 점점 파괴된다”고 설명했다.

안구건조증은 나이를 먹을수록 눈물의 분비가 줄어들어 걸리기 쉽다. 특히 폐경기 전후의 여성은 호르몬 변화로 더 쉽게 걸린다. 정 교수는 “사람은 눈을 1분에 12번 정도 깜빡이게 돼 있는데 무슨 일엔가 집중하면 눈 깜빡임 횟수가 줄어든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에는 컴퓨터 사용 시간이 길거나 운전을 자주하는 젊은 층도 안구건조증에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안구건조증에 걸리면 결막에만 염증이 있는 단계에서는 인공눈물 치료만 받아도 된다. 하지만 각막에까지 염증이 생기거나 염증이 분비물과 결합돼 눈에 실 같은 이물질이 생기거나 눈의 검은자위가 희게 변하는 단계에서는 레스타시스를 써야 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자칫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 박 씨가 처음 정 교수를 찾았을 때는 눈에 실 같은 이물질이 생긴 단계였으며 현재는 각막에 염증이 소량 남아 있는 단계다.

같은 염증인데 박 씨는 왜 결막염 치료로 낫지 않았을까. 통상 결막염에는 스테로이드계 항생제를 쓰는데 이미 생긴 염증에는 효과가 있지만 지속적인 자극으로 계속 생기는 염증을 잡기는 힘들다. 오래 쓰면 녹내장, 안압 상승 등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레스타시스는 ‘사이토카인’을 억제해 눈물 분비를 활성화한다. 3∼6개월간 꾸준히 써야 효과가 있으며 부작용은 거의 없다.

○도움 되는 생활습관

하지만 이 약을 쓴다고 눈물이 펑펑 솟아나는 건 아니다. 안구건조증이 있으면 평소 눈에 좋은 생활습관을 들여야 한다. 가습기를 틀거나 젖은 빨래를 널어 둔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게 좋고 수분을 빼앗기는 찜질방은 좋지 않다. 눈 건강에 좋은 당근 토마토 간유 시금치를 많이 먹는다.

눈에 자극을 주는 건 되도록 하지 않는다. 눈 화장이나 머리 염색은 삼간다. 바람이 많이 불면 모자나 선글라스를 써 바람이 직접 눈에 닿는 것을 막는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학창시절로 돌아갔다고 생각하고 50분 작업한 뒤 10분 쉬는 습관을 들인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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