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세균 잡는 슈퍼항생제 뜬다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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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세균을 없애는 슈퍼항생제 후보 물질을 국내에서 개발했다.

생명공학 벤처기업인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화학합성법으로 만든 슈퍼항생제 후보 물질(CG400549)이 항생제 메티실린에 대해 내성을 갖는 황색포도상구균(MRSA)을 박멸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허시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외 병원의 환자들에게서 수백 종의 MRSA를 분리한 뒤, 직접 개발한 CG400549를 MRSA에 투여한 결과 기존 항생제(반코마이신)보다 4배나 더 강력한 항균 효과를 보였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달 감염학 분야의 국제저널인 ‘항균제와 화학치료’에 실렸다.

항생제를 오랜 기간 많이 복용하면 세균은 점점 똑똑해진다. 스스로 형태를 바꿔 항생제의 공격을 피하기도 하고 항생제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아예 분해할 정도로 강력해지는 것. 이를 ‘슈퍼세균(항생제 내성균)’이라고 부른다.

슈퍼세균에 감염되면 항생제를 먹어도 약발이 잘 듣지 않는다. 기존 항생제보다 강력한 슈퍼항생제가 필요하다는 얘기.

실제로 17일 미국 국립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지난 한 해 동안 MRSA 감염자가 9만4000명에 이르며, 이 중 약 1만90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CG400549는 황색포도상구균이 지방산을 만들 때 꼭 필요한 단백질(FabI)을 공격한다. 지방산이 부족하면 이 세균은 세포막이 붕괴돼 죽고 만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보통 항생제는 광범위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여러 세균에 대해 내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비해 CG400549는 황색포도상구균만을 정확히 골라 파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CG400549는 동물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중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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