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초기 당뇨병 환자도 인슐린 치료를 해야”

  • 입력 2007년 10월 10일 03시 02분


코멘트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주사를 두려워한다.

자신의 몸에 자기가 주사를 놓아야 한다는 두려움이나 주사의 아픔 때문이 아니다.

운동, 식사조절, 약물치료로도 혈당조절이 안 될 경우 마지막으로 하는 치료라는 고정관념이 강해 ‘갈 데까지 갔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초기 당뇨병 환자에게도 인슐린 주사 치료를 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 5, 6일 일본 교토(京都)에서 열린 ‘제14회 한일당뇨학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운동과 식이요법이 당뇨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번 학회에는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중국 등 6개국의 의료진 150여 명이 참가했다.》

○ 베타세포가 건강해야 합병증 예방

당뇨병은 1형과 2형이 있다. 1형은 선천적인 이유로 췌장의 인슐린 분비 세포(베타세포)가 손상돼 인슐린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2형은 인슐린이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잘 분비가 되지 않거나 분비되더라도 ‘제품’이 부실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비만, 생활습관 등 후천적 요소가 큰 영향을 미친다.

성인은 2형 당뇨, 어린이는 1형 당뇨에 주로 걸리지만 최근 뚱뚱한 어린이가 많아지면서 2형 당뇨에 걸리는 어린이 환자도 늘고 있다.

당뇨의 치료 방법도 다르다.

1형은 만들어지지 않는 인슐린을 주사로 주입해야 하지만 2형은 인슐린이 제 역할을 해 인체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잘 전달하도록 하기 위해 운동, 식이조절, 약물, 인슐린 주사법 등을 쓴다.

전통적인 2형 당뇨 치료법은 운동과 식이조절을 하다 약을 한 가지 먹고 점점 양을 늘리다 두 가지 약을 병행한 뒤 마지막에 인슐린 주사를 썼다.

하지만 이제는 처음부터 인슐린 요법을 쓰자는 주장이 많다. 고려대 구로병원 내과 백세현 교수는 이번 학회에서 ‘포도당 수치를 더 잘 조절하기 위한 조기 인슐린 치료의 중요성’ 강연을 통해 “강도가 약한 치료법에서 센 치료법으로 진행할 경우 베타세포가 손상된다”며 “베타세포가 건강해야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사 놓는 방법도 편리해져 볼펜을 누르듯 간편하게 주사하는 기구도 나왔다.

○ 2형 환자 인크레틴 활성화하면 치료에 효과적

이번 학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소화기에서 나오는 호르몬인 ‘인크레틴’ 활성화를 통한 당뇨치료의 가능성이다.

한일당뇨학회 회장인 세이노 유타카 간사이전력병원장은 학회 모두 강연을 통해 “유럽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연구한 결과 2형 당뇨 환자에서 일반적으로 인크레틴이 손상됐다”며 “인크레틴을 활성화하면 인슐린 분비도 촉진될 수 있다는 연구가 많다”고 소개했다.

가톨릭의대 성가병원 내분비내과 강성구 교수는 “특히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아시아인들은 인크레틴을 활성화할 때 당뇨치료에 진전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미 미국 유럽에서는 인크레틴을 활성화하는 당뇨 치료제가 나와 있지만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아직 임상시험 단계다. LG생명과학 CJ 등 국내 제약회사들도 같은 개념의 약을 개발 중이다.

인크레틴과 함께 합병증이 진행된 당뇨환자의 췌장을 줄기세포로 대체하는 방법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차봉수 교수는 “당뇨 치료제는 앞으로 특정 증상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여러 증상에 효과가 있으면서도 예방 개념이 강한 약들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 관절에 무리가 없는 가벼운 운동 지속해야

운동과 식이조절에 대해서도 새로운 연구발표가 많았다. 식사를 통해 혈액 속에 들어간 포도당이 몸속으로 흡수가 되지 않아 생기는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이나 인슐린 주사에 앞서 덜 먹고, 근육을 움직여 포도당을 빨리 사용해야 하기 때문.

일본 아이치가쿠인(愛知學院)대 건강과학과 사토 유조 교수는 “초기 당뇨환자가 식사 후 인슐린 주사만 맞았을 때 혈당은 1시간 뒤 8% 정도만 떨어졌지만 주사와 1시간 운동을 병행하면 33% 떨어졌다”며 “혈당이 떨어지는 효과가 4배 이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당뇨 환자에게 좋은 운동은 승마, 자전거타기, 수영, 걷기 등이다. 당뇨 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 질병 발병률이 8배 정도 높다. 따라서 관절염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관절에 무리가 없는 운동이 좋다는 것.

삼성서울병원 내과 김광원 교수는 “혈당치가 dL당 300mg 이상일 때는 운동이 당대사를 악화시키므로 운동을 나중에 하는 게 좋고, 혈당치가 100mg 이하일 때는 저혈당 예방을 위해 간식을 먹고 운동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당뇨 환자는 발로 합병증이 나타나기 쉽기 때문에 부드럽고 땀 흡수가 잘되는 양말과 충격 흡수가 잘되는 운동화를 신고, 운동 후에는 반드시 발을 닦는 등 발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교토=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당뇨환자의 운동효과’ 논문 발표 일본 사토 유조 교수▼

○ 혈당치 낮추는 데 걷기 운동의 2배 이상 효과

“승마는 혈당치를 떨어뜨리는 데 걷는 운동보다 2배 이상의 효과가 있습니다. 인슐린 주사와 승마를 병행할 때 혈당치는 인슐린 주사만 맞는 것보다 4배 정도 더 떨어집니다.”

제14회 한일당뇨학회에서 ‘당뇨환자의 운동효과’라는 논문을 발표한 일본 아이치가쿠인대 건강과학과 사토 유조(사진) 교수의 말이다. 그는 당뇨병 환자 9명에게 하루 30분씩 주 4∼5회, 3개월간 운동을 하게 한 뒤 당대사를 측정한 결과 이처럼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인슐린 주사와 병행 땐 주사만 맞을 때의 4배 효과

사토 교수의 임상시험 환자들이 이용한 운동도구는 ‘조바’라는 실내용 승마기구. 가전업체 파나소닉이 만든 것이다.

“당뇨병 환자의 상당수가 무릎 관절이나 심장 기능에 문제가 있고 고혈압도 있습니다. 달리기 등은 몸에 무리를 줄 수 있지요. 승마는 가만히 앉아 균형만 잘 잡아도 저절로 운동이 됩니다.”

말을 타면 평소에 쓰지 않는 복근, 허벅지 근육이 자극을 받는다. 주로 큰 근육을 많이 활용하기에 에너지 소모가 많다. 이런 효과 때문에 당뇨환자뿐 아니라 고령자, 비만한 사람, 관절 환자에게 적합하다고.

○ 가격 싸고 날씨 무관한 실내용 승마기구 ‘조바’가 유용

하지만 승마는 고가의 운동인 데다 날씨가 궂으면 하기 어렵다. 이런 점 때문에 실내용 승마기구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조바에 앉으면 운동기구가 8자형으로 움직여 말의 움직임을 구현한다. 평소 운동을 위해 워킹기구나 실내자전거를 들여 놓았더라도 금세 지겨워서 운동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지만 조바는 자동으로 움직이기에 가만히 앉아 자세를 잡고 TV를 보고 있어도 된다. 사토 교수가 조사한 결과 1년간 운동 지속률이 트레드밀이나 실내자전거는 20%에 불과했지만 조바는 70%에 이른다는 것.

사토 교수는 “운동을 지속하면 평상시 기초대사가 활발해져 같은 양을 먹어도 혈당치가 떨어지며, 인슐린 민감도를 높여 인슐린이 제대로 일하게 된다”며 “정상인도 운동을 계속하면 당뇨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토=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