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경희]우리 젊은이들은 정신적 문제 없나

  • 입력 2007년 4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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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을 접하고서 한국인의 전체 모습으로 비칠까 불안했다. 총격 사건과 같은 이런 정신질환적 폭력 현상은 모든 문화권에서 생기며 심리학적으로는 개인적인 정신적 불건강함의 표출일 뿐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 젊은이들과 대학생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보는 일이 절실하다.

“고교생 40% 정신장애” 보고

한 달 전 모 연구소에서 고등학생의 약 40%가 정신장애 문제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보건복지부 조사에서는 국민의 5대 질병 중 하나로 정신분열증을 언급했다. 임상심리학 수련에 참가했던 S대 신입생 1000여 명 가운데 30% 정도가 정신신경증(일명 노이로제) 증세가 있다는 수년 전의 연구 결과 역시 정신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한층 높이는 사례다.

정신분열증은 아동기부터 발병해 청년기에 증후가 확실히 나타난다. 사고장애나 망상, 환각 등의 증후 때문에 조발성 치매(dementia praecox)라고도 불렸던 심각한 정신장애다. 정신장애, 곧 정신의 병은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강조했듯이 정서의 병이다. 국내 청소년 중에는 우리가 아는 정도보다 정신장애가 훨씬 많다. 참살이 열풍이 불면서 신체적 건강에만 치중하고 정신건강은 등한시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정신건강은 책임감, 노력할 수 있는 능력, 적당한 자립심, 어려움에 대처하는 능력, 친근함과 사랑을 표현하는 능력,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능력, 유머감각, 헌신과 봉사 능력, 취미나 여가를 즐기는 능력이다. 정신장애의 원인으로는 유아기에 부모의 과잉보호, 편애나 학대로 일관되는 부모-자녀 관계의 결함과 그로부터 오는 욕구불만, 부부 관계의 결함, 사회적으로 과도한 경쟁 분위기, 유전적 요인이 있다.

특히 부모와의 의사소통이 단절되거나 부모의 애정이 결핍된 상황에서 성장한 학생은 심한 욕구 좌절을 겪는다. 욕구불만은 보통 분노나 공격성으로 표출되는데 분노와 공격성이 상상과 공상 속에서 발전해 현실과의 경계가 무너지면 끔찍한 범죄로 나타난다. 청소년기는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가 왕성한 시기여서 분노나 공격성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분출될 위험이 크다.

인생은 대인관계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부모와의 대화와 의사소통이 단절되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기 어렵다. 어떤 학생은 사귀고 싶은 대상에게 한마디 말도 한 적이 없는데 선물을 주는 등 돈으로 우정을 사려고 한다. 이런 행동은 따돌림의 빌미가 되며 컴퓨터 게임이나 공상 또는 사이버 세계에 몰두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의 교육적 분위기는 학업성적 지향적이어서 ‘하면 된다’만을 강조하고 ‘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는다. 따라서 따뜻한 감정이나 예의바름 같은 인간성이 배제돼 인간관계보다는 기계 또는 물질과의 관계 속에서 사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어릴 적부터 부모-자녀 대화 습관을

부모는 두 가지에 유의해야 한다. 우선 자기 자녀를 형제간이나 다른 집 자녀와 비교하지 않는지, 성적 위주로 몰아가지 않는지, 대화는 잘 이뤄지는지를 자문해 보자. 비교는 개인의 능력이나 적성 등의 개인차를 무시하는 잘못된 것이다. 대화는 ‘대화 과목’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부모-자녀 간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대학생 자녀가 책임감이 있는지, 말수가 적고 너무 조용한지, 대인관계에 결함이 있는지, 냉소적이고 동정심이 없고 무자비한지, 반항적인지, 인사를 안 할 정도로 예의가 없는지, 남을 괴롭히거나 실망시키는 일이 빈번한지 살펴봐야 한다.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문제아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우리 모두의 정신건강을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경희 연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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