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태양폭발… 극지방 비행 주의하세요”

  • 입력 2007년 3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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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서 일어난 폭발인 플레어를 관측하기 위해 보현산천문대에 설치된 태양망원경(위)과 지난달 27일 대전 천문연구원 3층에 새로 문을 연 우주환경감시실 최종 완성도. 사진 제공 한국천문연구원
태양에서 일어난 폭발인 플레어를 관측하기 위해 보현산천문대에 설치된 태양망원경(위)과 지난달 27일 대전 천문연구원 3층에 새로 문을 연 우주환경감시실 최종 완성도. 사진 제공 한국천문연구원
2017년 ×월 ×일. “오늘의 우주 날씨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태양 중심에서 북쪽으로 30도, 서쪽으로 20도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강력한 폭발로 극지방을 지나는 항공기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국제전화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분들은 중요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도록 대비하십시오.”

태양 대기에서 강력한 폭발이 발생한 뒤 뿜어 나온 물질은 지구 주변의 우주 환경을 급격히 변화시킨다. 이런 우주 공간의 환경 변화를 ‘우주 날씨’라고 한다. 우주 날씨를 예보할 수 있는 우주 환경 감시시설이 최근 국내에서 문을 열었다.

○ 플레어 빛과 고에너지 입자가 위험

대전 유성구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환경감시실에 가면 커다란 화면과 작은 스크린에 태양과 지구 주변의 환경 정보가 빼곡히 들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태양우주환경그룹 연구원들은 아침마다 모여 밤새 일어났던 우주의 기상 변화를 확인한다. 태양이 폭발할 때 방출하는 엄청난 양의 플레어 빛과 고에너지 입자. 지구 주변의 지구자기장의 변화도 함께 살핀다.

강력한 태양폭발이 일어나면 플레어와 코로나 물질이 방출된다. 플레어란 서로 반대방향의 자기력선이 만나 일어나는 폭발현상으로, 자외선이나 X선 같은 강한 에너지의 빛을 방출한다. 코로나물질은 태양 바깥쪽 대기에 있는 가스거품으로, 한 번 폭발하면 100억 t의 물질이 우주로 방출된다.

플레어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분 19초. 코로나 물질이 방출될 때 초속 수백∼수천 km 속도로 쏟아져 나온 고에너지 입자는 2∼3일이면 지구에 도달한다.

문제는 플레어가 대기 중의 전하량을 변화시켜 단파통신을 두절시킬 수 있다는 것. 코로나 물질은 지구 자기장에 일시적 혼란을 일으켜 위성통신이나 전력수송에 장애를 일으킨다.

○ 인공위성을 우주 미아로 만들 수도

태양우주환경그룹 문용재 그룹장은 “태양 활동은 우주 환경 변화뿐 아니라 생활에 보이지 않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태양폭발이 지구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적지 않다. 1994년 1월 20일 일본 통신위성이 태양에서 쏟아져 들어온 물질로 고장이 나는 바람에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이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1997년 1월에는 미국 AT&T사의 통신위성 텔스타 401호가 회로 고장으로 수명이 9년이나 단축됐다.

특히 2003년 10월 28, 29일 발생한 강력한 태양폭발은 세계적으로 큰 손실을 줬다. 당시 미국 화성탐사선 오디세이와 일본 화성탐사선 노조미 위성은 선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다목적 위성 아리랑2호의 고도가 평상시보다 6배 많이 떨어졌으며 통신위성인 무궁화1호도 안전조치가 내려졌다.

○ 2011년 태양 활동 가장 커질 때에 대비

불가항력적인 우주 날씨의 변화도 미리 알면 어느 정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김관혁 선임연구원은 “급격한 태양폭발이 일어나도 인공위성 운영을 잠시 정지시키거나 통신 주파수를 바꾸는 등 미리 대책을 강구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문연 우주환경감시실은 우주 날씨의 변화를 0∼5단계로 나눠 위험을 미리 알리고 있다. 플레어 빛, 고에너지 입자, 자기장의 변화를 근거로 위험 여부를 가리도록 하는 것. 21일의 우주 날씨는 0단계로 ‘맑고 화창한 수준’이었다.

조경석 선임연구원은 “태양 활동의 극대기가 찾아오는 2011년까지 이동통신 장애에 대한 경보와 예보에 활용할 수 있는 한국형 태양전파폭발위치감지기 등 예보 수단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문연에서 포착한 태양 활동은 홈페이지(sos.kasi.r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전=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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