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영]ID 프라이버시

  • 입력 2007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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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의 인터넷 검색 엔진업체 구글이 14일 이용자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1년 6개월∼2년마다 이용자의 신원을 드러내는 정보를 삭제하고 사이트 방문자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쿠키를 익명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프라이버시(사생활)를 둘러싼 논쟁이 이제 익명성을 강조하는 아이덴티티 프라이버시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상징한다.

19세기 미국에서 프라이버시가 법적 권리로 처음 등장했을 때 이는 ‘방해받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는 권리’를 뜻했다.

그러나 컴퓨터의 등장으로 정부와 기업이 개인에 대한 정보를 쉽게 수집할 수 있게 되자 프라이버시는 개인의 ‘자기 정보 통제권’을 강조하는 ‘정보 프라이버시’ 개념으로 진화했다. 나에 관한 정보를 누가 수집하는지 알고, 내 정보를 어느 범위까지 공개하고 누가 이용할 수 있는지를 내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의 동의 없는 정보 이용은 불법이 된다.

문제는 정보 제공자는 개인이지만 이용자는 거대 기업부터 소규모 자영업자들까지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개인이 모든 정보 수집자를 감시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한번 공개된 정보는 엎질러진 물과 같다. 회원에게 주어지는 혜택에 현혹돼 온갖 개인 정보를 털어놓고 프라이버시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최근 등장한 개념이 나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을 권리인 아이덴티티 프라이버시다. 개인이 정보를 통제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아예 정보의 주체가 누구인지 식별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게 된 것이다.

구글의 프라이버시 보호 조치가 개인의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구글이 제시한 ‘1년 6개월∼2년마다’는 너무 길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구글은 이용자의 신상명세를 요구하는 미국 법무부의 요구를 거절한 유일한 검색 엔진 업체이다. 하지만 광고가 주요 수입원인 구글이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돈’이 되는 정보를 포기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이버 세상에서 개인의 힘으로 ‘사라질 권리’를 지켜 내기는 힘들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사회 구조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진영 국제부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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