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그림의 떡’인 나라도 있다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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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양의 디지털 정보가 유통되는 ‘정보 쓰나미’ 시대를 맞아 권력자의 눈과 귀에 거슬리는 정보를 통제하려는 검열 욕구도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5일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캐나다 토론토대,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 연구진의 공동 연구 결과를 인용해 각국의 인터넷 검열 실태를 보도했다.

연구팀이 최근 6개월간 4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검열 강국’으로는 중국이 꼽혔으며 나머지 국가들은 중국에서 ‘선진’ 검열 기법을 전수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인터넷 만리장성(Great Firewall)을 포함한 여러 겹의 통제 장치가 대만과 티베트의 독립이나 인권 문제를 다룬 ‘반정부적’인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한다. 인터넷에 올린 글로 ‘필화(筆禍)’를 겪어 수감된 사이버 논객도 50여 명이나 된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은 계층 간 불평등의 원인이 되는 ‘지식 격차’를 확대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인터넷 검색에 노련한 이용자들은 해외 사이트에 접속해 진실에 가까운 정보를 얻는 반면 대부분의 이용자는 실상을 모르는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인터넷 ‘순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 그 통제로 인한 지식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터키 법원이 6일 미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의 접속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린 것도 주목할 만한 검열 사례. 터키공화국 건국의 아버지를 동성애자로 묘사한 동영상이 게재됐다는 것이 금지 이유였다. 터키 언론들도 법원의 판결을 환영할 정도로 표현의 자유는 무시돼 “언론과 검찰의 합작 코미디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란은 음란 사이트 1000만 개를 정기적으로 검열하는데 이 중에는 유튜브도 포함돼 있다. 여성 인권을 다룬 사이트도 엄격한 통제 대상이다. 이집트에서는 12일 한 블로거가 이슬람과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들 국가가 주로 활용하는 검열 기법은 사이트의 접속을 폐쇄하거나 키워드로 검색되는 콘텐츠를 걸러 내는 것이다. 중국은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파키스탄은 구글의 블로그 서비스를 차단했다. 불온한 내용을 저장한 서버를 공격해 인터넷 접속을 끊어 버리는 사이버 폭력도 활용되고 있다.



역설적인 것은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선진국의 인터넷 기술이 인터넷 검열에 활용된다는 점이다. 특정 콘텐츠를 걸러 내는 툴을 판매하는 미국의 웹센스와 랜을 연결해 주는 장치인 라우터 생산업체 시스코 시스템스가 정보 검열을 돕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대표적 업체다.

검색엔진 업체 구글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중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자체 검열에 동의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중국의 블로그 서비스에서 ‘민주주의’라는 단어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검열 기법이 정교해질수록 이를 피하는 기술도 날로 발전되고 있다. 이용자의 위치를 속여 특정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이용자들 간에 일시적인 가상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익명으로 인터넷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도 있다. 대개는 중국 출신 미국 망명객들이 개발한 것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사이버상의 반체제 인사들을 위해 검열을 피하는 법에 대한 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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