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와 혼동 쉬운 단순 피부염 어떤 게 있나

  • 입력 2007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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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짜리 연우는 황사철에 어린이집을 오가더니 피부가 가려워 박박 긁는 일이 잦았다. 긁은 부위가 발갛게 붓고 피가 나더니 나중에는 피부가 갈라졌다.

연우 엄마는 아토피 피부염인가 싶어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들을 둔 친구에게 약을 얻어 발라줬다. 하지만 큰 효과가 없어 병원에 데려갔더니 단순한 피부 건조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황사와 꽃가루가 심해지는 봄철이 되면서 피부가 가렵고 발진이 생기면 많은 사람이 ‘혹시 아토피는 아닐까’라며 걱정한다. 실제 아토피 피부염에 걸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6세 미만 아동 10명 가운데 4명이 아토피 환자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아토피 피부염이 아닐까 의심해 피부과를 찾는 사람들 가운데 절반가량이 다른 피부 질환을 갖고 있다는 게 의사들의 말이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아토피 피부염을 진단하기가 무척 까다롭고 아토피 피부염과 다른 피부염을 혼동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아토피 피부염과 다른 피부염은 어떻게 구분하고 어떻게 대처할까.

○ 화장품 닿았을 때 피부 헐면 접촉성 피부염

아토피 피부염은 습진의 일종이다. 습진에는 아토피 말고도 지루성, 접촉성 피부염 등이 있다.

습진에 걸리면 아토피 피부염과 같이 가렵고 발진이 있기 때문에 서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아토피 피부염은 피부과 전문의들도 헷갈리기 쉬울 만큼 진단이 어렵다.

아토피 피부염은 주로 유아, 소아에게 발생한다. 어른이 돼서 아토피 피부염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지만 드문 편이다. 아토피 피부염에 걸리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각질이 생기며 붉어진다. 자면서도 피가 날 정도로 긁을 만큼 매우 가렵다. 피부가 거칠게 되고 진물이 나며 딱지가 앉기도 한다.

피부염 환자의 가족 가운데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거나 천식,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한 적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토피 피부염일 가능성이 높다.

○ 팔꿈치-무릎 등 튀어나온 곳 염증 생기면 건선

아토피 피부염은 볼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볼이 빨갛게 되고 건조해지다 이마, 머리로 옮아간다. 몸에 나타날 때는 팔꿈치, 무릎, 손목, 발목 등 피부가 접히는 부분에 주로 생긴다.

지루성 피부염은 머리에 많이 생기며 눈썹 근처, 콧방울 주변에 기름기와 함께 하얀 각질이 일어나는 게 특징이다. 피부염이 입술에 생기면 입술 표면이 거칠어지고 주름이 잘 잡힌다. 하지만 재발하는 아토피와는 달리 지루성 피부염은 약으로 쉽게 치료된다.

접촉성 피부염은 ‘피부가 헌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가려움증이다. 옻나무 은행나무 도료 합성수지제품 피혁제품 고무제품 속옷 화장품 등에 피부가 닿으면 생기는 사람이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쓰던 화장품 등을 쓰지 말고 부위를 긁지 않고 지내다 2, 3일이 지나도 낫지 않으면 피부과를 찾아야 한다.

피부염은 아니지만 비슷해 보이는 증상으로 완선, 건선이 있다.

사타구니와 엉덩이 부근에 둥근 붉은 반점 비슷하게 생기는 완선은 사타구니에 생긴 무좀이라고 보면 된다. 피부가 착색되고 작은 물집이 잡히고 가려움이 심한데 곰팡이균이 서식해 생긴 무좀의 일종이다. 통상 습진인 줄 알고 병원을 찾지만 현미경 검사를 하면 완선인지를 그 자리에서 쉽게 알 수 있다.

건선도 아토피 피부염과 헷갈릴 수 있다. 붉은 반점과 좁쌀 같은 발진이 생기지만 아토피와 달리 은백색 각질이 일어나고 가렵지는 않다. 통상 팔꿈치, 무릎처럼 신체의 튀어나온 부위에 생긴다.

아토피 피부염은 특정 증상이 있다고 반드시 확진되는 건 아니다. 앞서 설명한 기준으로 아토피 피부염 환자를 찾아내기도 하지만 특이한 증상의 아토피 환자들도 있다. 경험이 많은 의사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우선이다.

○ 아토피 진단 땐 습도 맞추고 대중목욕탕 삼가야

원인이 뚜렷한 피부질환이라면 약을 바르면 쉽게 낫지만 아토피나 건선처럼 면역 이상 때문에 생기는 질환들은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 무엇인지 알아내 이를 제거해야 하므로 쉽게 낫지 않는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대중목욕탕보다는 집에서 목욕하는 게 좋다. 면역력이 약한 상태에서 때를 타월로 미는 대중목욕탕에 가게 되면 피부 상태가 더 악화되기 쉽다. 또 집 안의 습도를 60% 정도로 잘 유지해야 한다.

목욕할 때 겨드랑이, 목처럼 피부가 접히는 부위만 비누를 쓰고 몸 전체에는 되도록이면 약한 비누를 쓰거나 아예 안 쓰는 게 좋다. 목욕을 한 뒤에는 보습제를 잘 발라 줘야 한다. 너무 가려울 때는 긁지 말고 얼음찜질을 하면 좋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주흥 교수, S&U피부과 김방순 원장)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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