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살벌한 방사선]原電 내진설계 규모 6.5강진에도‘멀쩡’

  • 입력 200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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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에 철근을 빽빽하게 넣고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모습. 국내 원자력발전소는 단단한 암반 위에 설치돼 있다. 사진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기초에 철근을 빽빽하게 넣고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모습. 국내 원자력발전소는 단단한 암반 위에 설치돼 있다. 사진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강진이 나면 원자력발전소로 피하세요.”

지난달 20일 강원 평창군에서 리히터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해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이번 지진은 10km 이상 깊은 곳에서 발생해 진동이 전국적으로 감지됐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국내에서 내진설계가 가장 잘돼 있는 건물은 바로 원자력발전소다.

원자력발전소는 터부터 다르다. m²당 700t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암반 위에 짓는 것. 단단한 암반 위에 건설된 원자력발전소는 토사 지반 위에 짓는 건물에 비해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이 2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 작다.

내진설계 개념도 일반 건물과 다르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이나 미국 서부 대도시의 고층 건물은 대부분 바람에 휘는 갈대처럼 지진의 진동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인다. 원자력발전소는 지진의 진동에 흔들려도 내부 기기와 배관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조물 자체를 단단하게 설계한다. 벽체나 기둥을 두껍게 만들고 철근도 많이 넣어 진동에 대항한다. 철골구조물은 X자 형태로 보강해 건물이 비틀리거나 붕괴되지 않는다.

국내 원자력발전소는 중력가속도의 20%, 즉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이 원자로 건물 바로 아래에서 일어나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가 돼 있다. 이 정도의 지진이 나면 일반 건물은 대부분 파괴된다.

실제 1995년 일본 고베(神戶)에서 리히터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해 건물 16만 채가 완전히 파괴됐지만 주변에서 가동 중이던 11개의 원자력발전소는 끄떡없었다고 전해진다.

원자력발전소에 들어가는 주요 기기도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에 견딜 수 있는지 점검을 받는다. 진동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강진에 해당하는 힘으로 흔들 때 파손되지 않고 제 기능을 하는지를 살핀다.

2008년에 착공될 예정인 ‘차세대 원전’ 고리 3, 4호기부터는 내진설계 기준도 상향 조정된다. 즉 산사태를 일으키는 리히터 규모 7의 강진에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것. 국내 원전 20기를 건설한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암반이 아닌 지역에도 건설할 수 있도록 기준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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