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보倫理 짓밟은 통신회사 위치정보 영업

  • 입력 2007년 2월 4일 2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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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가 가입자의 위치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매번, 즉시, 피조회자 본인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도록 ‘위치정보 보호법’에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는 이 의무를 무시한 채 불법 영업을 해 왔다. 이 법이 발효된 재작년 8월부터 작년 말까지 3사를 통한 위치정보 조회 건수는 약 3억 건으로 국민 1인당 6건 이상의 불법 위치추적을 당한 셈이다. 3사는 건당 770원을 받아 총 23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우리 국민은 작년에만도 1인당 50만 원 이상의 이동통신요금을 냈다. 그만큼 이동통신 관련 서비스는 민생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 덕분에 이동통신사업은 한국의 대표적 산업으로 급성장했다. 이들 회사가 특히 국민을 위한 윤리경영을 해야 할 이유다.

그런데도 이통사들은 개인정보 유출, 다양한 수법의 바가지요금 징수, 음란물 서비스 등으로 소비자의 지탄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더구나 이번 경우는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악질적이다.

2005년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 사건 수사 때 이통사에 보관된 문자기록을 통해 부정행위 사실이 확인됐다. 그 후 가입자들이 문자서비스 이용을 꺼리는 조짐을 보이자 이통사들은 즉각 ‘더는 문자 기록을 보관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수사 당국은 “문자기록은 각종 범죄수사에 도움이 되는 데다 불법 유출 위험이 낮으니 계속 보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통사들은 ‘사생활 보호’를 내세워 거절했다.

위치추적은 특성상 문자 보관보다 사생활 침해 우려가 훨씬 크다. 이통사들은 오로지 기업이익만을 위해 사생활에 대한 ‘이중 잣대’를 적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불법 위치정보서비스에 대해 이통사들은 “고의성은 없었고 운영 차원에서 나타난 실수”라고 둘러대지만 억지 변명일 뿐이다. 첨단기술을 이익 창출에만 이용하려는 기업은 사설 흥신소나 악덕 해결사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이번 사례는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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