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살빼드립니다" 묻지마 비만치료 기승

  • 입력 2006년 12월 26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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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비만치료를 하고 강심제를 먹여 억지로 살을 빼는 등 일부 의원과 한의원의 '묻지 마 비만치료'가 적발됐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9월 의원 20곳과 한의원 10곳의 비만치료 현장을 점검한 결과 비만치료를 받은 환자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정상체중이었다고 26일 밝혔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곳 가운데 8곳(26.7%)이 체질량지수(BMI)를 측정하지도 않고 비만 치료를 했다. 또 전체 비만 치료자 656명 가운데 102명(15.5%)이 BMI를 측정하지 않았다. BMI은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BMI를 측정하고 비만치료를 받은 554명 가운데 BMI가 30 이상으로 실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103명(18.6%)뿐이었으며 BMI 24 이하인 정상 체중이 223명(40.3%)으로 더 많았다. 10대 환자의 47.6%, 20대 환자의 46.9%가 정상체중이었다.

이는 의료기관이 정상체중 환자에게도 과잉 진료를 했거나 환자들이 의사의 판단과 관계없이 치료를 요구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살을 빼기 위한 약품 남용도 적지 않았다. 강심제와 혈관 확장제, 정신신경제 등 비만 치료용으로 허가받지 않은 주사제를 사용하는 의원들이 있었다. 의원 10곳(50%)이 1회 처방에 4, 5종의 약을, 8곳(40%)이 2, 3종이 약을 함께 처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치료제 처방기간을 보면 30일 이내인 의원은 44.2%에 불과했다. 31~60일인 의원이 22.2%, 91일 이상인 의원이 23.9%였다. 게다가 의원 17곳이 4주 이내로 처방해야 하는 자율신경제를 31일 이상 장기 처방했다.

조사대상 30곳 중 26곳이 건강보험을 부당 청구해 적발됐다. 부당 청구 금액은 모두 3억2060여만 원으로 의료기관 한 곳당 평균 1060여만 원이었다.

23곳은 환자에게 비만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비싼 치료비를 받은 뒤 건강보험공단에 건강보험을 적용받은 치료를 한 것처럼 항목을 바꿔 신고해 돈을 받았다. 복지부는 이들 기관에 대해 업무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불필요한 비만 치료가 많이 이뤄지고 약품 오남용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비만치료에 대한 대국민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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