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산 '잉꼬부부' 목소리도 닮는다

  • 입력 2006년 12월 8일 1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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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부부는 서로 닮는다'는 속설을 증명해 보려고 연구한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 연구팀은 "`목소리 친화도 판별기'를 통해 부부들의 목소리를 분석해보니 동거 기간이 길고 금실이 좋은 부부일수록 부부의 목소리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남성과 여성은 같은 문장을 읽어도 성대 떨림이 다르기 때문에 목소리가 비슷한지 판별하기 어렵다.

하지만 남성의 목소리를 조금 빠르게 재생한 뒤 `목소리 친화도 판별기'를 사용해 성대 떨림 주파수를 제거한 음성 스펙트럼을 비교하면 유사성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목소리 친화도 판별기'란 목소리의 음성 스펙트럼에 나타난 공명 주파수 값을 비교해 일치하는 비율을 수치화하는 시스템으로 소리공학연구소가 2004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연구팀은 부부 175쌍에게 같은 문장을 읽게 해서 얻어낸 목소리 스펙트럼을 이 시스템으로 비교해 50%(기본점수)¤99%의 다양한 목소리 친화도 수치를 얻었다.

예컨대 결혼한 지 22년이 된 부부의 소리 공명현상 발생 대역은 100¤1800ㆍ2800¤3500㎐(남편)와 200¤2000ㆍ3000¤3500㎐(부인)로 비슷한 반면 결혼 2년차 부부는 300¤2800㎐(남편)와 200¤1800㎐(부인)로 다른 대역에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부부들을 상대로 동거 기간과 친소관계를 조사한 결과와 주파수 결과를 비교해 보니 동거기간이 길거나 사이가 가까운 부부일수록 목소리 친화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보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동거 기간이 길고 사이가 가까운 부부(친화도 95.6%)와 부부사이가 아닌 남녀(친화도 75.2%)의 목소리를 재생 속도를 조절해 학생 100명에게 들려줬다.

친화도 95.6%의 부부에 대해선 97명이 `매우 흡사하다'고 답한 반면 친화도 75.2%의 남녀에 대해선 64명이 `다르다'고 답했다.

배 교수는 "목소리의 떨림에는 발성자의 기분, 습관, 성격 등이 영향을 미친다"며 "재생 속도를 다르게 하면 누구나 쉽게 부부ㆍ연인 뿐만 아니라 가족의 단란함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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