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뻣뻣 눈 캄캄 ‘중력의 고문’…한국 첫 우주인 선발시험

  • 입력 200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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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당 38.3회 회전해 보통 중력의 30배 환경(30G)을 만드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고다드 이륙 시뮬레이터’. 사진 제공 NASA
1분당 38.3회 회전해 보통 중력의 30배 환경(30G)을 만드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고다드 이륙 시뮬레이터’. 사진 제공 NASA
《‘윙∼’ 소리를 내며 전투기 조종석 같은 ‘곤돌라’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스피커에서 2G(Gravity, 인체가 받는 힘을 중력을 기준으로 나타내는 단위)를 알리는 음성이 들린다.

롤러코스터를 탈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3G가 되자 뭔가 위에서 짓누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얼굴은 아래쪽에서 잡아당기듯 처지고 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목을 가누기가 힘들고 앞을 보는 것도 어렵다.

4G를 알리는 음성이 들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눈앞의 녹색등이 사라진다.

빨간 등의 불빛마저 이제 회색으로 보인다.

5G를 알리는 음성이 들린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기 무섭게 눈앞을 검은 천으로 덮은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 눈…, 내 눈!》

●실제비행 가상 우주공간 적응력 검사

30명의 한국 최초 우주인 후보자가 받을 3차 선발시험에서 겪게 될 ‘중력가속도 내성검사’의 가상 상황이다. 공군 조종사들이 ‘G-테스트’라 부르는 이 훈련은 전투기가 급상승·급강하 등을 할 때 받는, 평소의 몇 배에 달하는 중력을 견디는 훈련이다.

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우주인사업단장은 “10월 31일부터 후보자 30명을 3개조로 나누어 항공우주의료원에서 4박 5일 동안 상황대처능력, 정밀신체검사, 우주적성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차 선발과정에서 우주에서 비행과 임무를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는 신체와 정신의 기본 자질을 평가했다면, 이번 3차 선발과정에서는 실제 비행과 임무수행에 대한 적합성을 평가한다. 우주공간에 대한 적응력을 모의 상황으로 검사하겠다는 것.

실제로 8월 에노모토 다이스케(34) 씨가 일본인 최초로 우주관광을 하기 위해 2000만 달러를 내고 6개월 동안 훈련하며 준비했지만, 러시아 연방 우주청은 건강상의 이유로 발사 3주전 국제우주정거장(ISS) 탑승 불가 판정을 내렸다. 덕분에 9월 18일 이란계 미국인 이누셰 안사리(39) 씨가 민간 여성 최초로 국제우주정거장을 방문했다.

‘중력가속도 내성검사’에서 시간의 변화는 왜 나타나는 걸까. 우주선 이착륙 과정에서 높은 가속도는 혈액을 한쪽으로 쏠리게 한다. 이 때문에 망막의 시세포에 전달되는 혈류량이 줄어들면 시각전달 체계에 이상이 생긴다.

먼저 시야가 좁아지며 사물이 흑백으로 보이는 ‘그레이 아웃(gray out)’ 현상이 발생한다. 가벼운 현기증과 함께 발생하는 이 현상은 평균 4.1G에서 나타난다.

가속도를 더 높이면 시야가 계속 좁아지다가 시야가 완전히 까맣게 되는 ‘블랙아웃(black out)’ 상태가 온다. 눈은 뜨고 있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이 상태는 4.7G 정도에서 발생한다.

이어서 뇌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면 몇 초 동안 의식을 잃는 ‘G-LOC’(Gravity Loss of Consciousness·중력에 의한 의식상실)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항공우주의료원 교무과 강하근 소령은 “후보자는 자기 몸무게의 6배에 해당하는 압력에서 의식을 잃지 않고 견딜 수 있어야 한다”며,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신체 건강한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밝혔다.

●사물이 흑백으로…뇌 혈액 끊겨 실신도

후보자들은 중력가속도 내성검사와 더불어 고공저압 환경훈련도 받게 된다. 4만3000피트(약 1만3000m) 상공의 6분의 1기압 상태로 만든 훈련실에 들어가 그 안에서 나타나는 신체 변화를 검사한다. 후보자들은 비상탈출훈련과 비행착각훈련도 체험하게 된다.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2명은 2007년 초부터 러시아 가가린 훈련센터에서 기초훈련, 우주적응 및 우주과학실험 수행을 위한 임무훈련 등을 받은 뒤, 최종 1명이 2008년 4월경 러시아 소유스호에 타게 된다.

안형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ut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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