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병원만 고집하다 命 단축할수도

  • 입력 200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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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울 곳도 없는 대형 병원… 한산한 중형 병원22일 오후 3∼5분마다 응급환자들이 밀려오는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왼쪽)는 복도까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같은 시간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응급의료센터의 병상은 비어 있어 응급환자들이 큰 병원을 선호하는 현상을 보여 준다. 김재명 기자
누울 곳도 없는 대형 병원… 한산한 중형 병원
22일 오후 3∼5분마다 응급환자들이 밀려오는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왼쪽)는 복도까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같은 시간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응급의료센터의 병상은 비어 있어 응급환자들이 큰 병원을 선호하는 현상을 보여 준다. 김재명 기자
22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 전국에서 응급환자가 가장 많은 이곳에는 3∼5분마다 환자가 밀려들었다. 복도까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환자로 가득 차 있었다.

급히 심폐소생술을 받아야 할 30대 후반의 한 환자는 병상이 없어 응급실 바닥에 임시로 마련된 매트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곳에선 생명이 위독하지 않다면 빨리 수술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입원실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한 50대 후반 암 환자의 보호자는 “3일 넘게 복도에서 지냈는데 이젠 지쳤다”고 말했다. 암 환자의 입원 대기 시간은 60시간 이상이다.

같은 시간 서울에서 응급환자가 가장 적은 한강성심병원 응급의료센터. 중장비를 정비하다 손가락뼈가 부서진 60대 남성이 실려 오자 의료진은 즉각 수술에 들어갔다. 교통사고를 당한 20대 남성도 바로 진료를 받았다.

갑자기 사고를 당하거나 탈이 났을 때 유명 병원이나 서울 등 대도시 큰 병원의 응급의료센터를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 두 병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가까운 응급의료센터가 즉시 진료를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

본보가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권역응급의료센터 16곳, 전문응급의료센터 4곳, 지역응급의료센터 50곳의 2005년 병상가동률, 응급의학 전문의 1인당 진료환자 수 등을 분석한 결과도 이와 일치한다. 지역응급의료센터는 99곳 가운데 복지부가 우수 기관으로 선정한 50곳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서울 대형 병원으로 몰린다=지난해 응급환자가 가장 많았던 응급의료센터는 서울아산병원으로 하루 평균 204명이었다. 이어 삼성서울병원이 148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서울의 대형 병원에 응급환자가 집중되고 있다. 인천길병원(3위·인천) 아주대병원(4위·경기 수원시) 분당차병원(5위·경기 성남시) 등 3∼5위는 수도권에 집중됐다. 서울아산병원 응급환자의 35%는 지방 환자다.

반면 화순전남대병원(전남 화순군)은 하루 평균 14명, 포항성모병원(경북 포항시)은 27명에 불과했다. 서울지역이라도 서울위생병원과 한강성심병원은 32명이어서 응급환자들이 대형 병원을 선호한다는 것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명성과 적절한 응급진료는 별개=대형 병원일수록 응급의학전문의를 많이 확보하고 있지만 환자가 폭주하기 때문에 전문의 1인당 진료환자 수는 많은 편이다.

응급전문의의 1인당 환자 수는 한양대구리병원(경기 구리시)이 6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분당제생병원(48명·성남시), 분당차병원(45명) 등의 순이었다. 응급환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서울아산병원은 29명이었지만 화순전남대병원은 7명에 불과했다. 응급의료센터의 병상가동률은 화순전남대병원이 57%로 가장 낮았다. 언제 가더라도 병상에 누워 응급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병상가동률이 640%로 가장 높은 분당차병원을 찾는 응급환자는 병상을 차지한 환자가 6명 이상 퇴원해야 대기하고 있던 환자 1명이 병상에 누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응급전문의 1인당 환자 수가 적거나 병상가동률이 낮은 병원은 대개 지방에 있다. 이는 지방의 응급의료센터를 찾는 환자가 서울 등 수도권의 대형 병원을 찾는 환자보다 빠른 시간에 적절한 진료를 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을 보여 준다.

▽대안은 없는가=응급의료센터는 권역, 전문, 지역 등 세 종류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별도 입원실과 중환자실을 갖추고 있으며 전문응급의료센터는 특정 질환을 중심으로 진료하며 지역응급의료센터는 급성 질환을 중심으로 진료하는 체계다.

전문가들은 응급 상황이 생기면 먼저 지역응급센터에서 즉각 처치를 받은 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대형 병원으로 옮기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대한응급의학회 임경수 이사장은 “뇌경색, 심근경색, 중증 외상 등은 모든 치료를 1∼6시간에 끝내야 한다”면서 “환자와 가족들이 대형 병원을 고집하다 생명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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