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생·폰·사…휴대전화 디자인 뉴프런티어 2人

  • 입력 2006년 6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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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대연 기자·그래픽 김성훈 기자
사진 원대연 기자·그래픽 김성훈 기자
‘솔직히 그동안 디자인만큼은 외국 제품에 비해서 좀 떨어진다는 생각을 가져온 게 사실입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못 만드는 걸까. 이제 그런 생각에 빨간 마침표를 찍습니다.’

LG전자가 요즘 국내 일간지에 게재하고 있는 기업광고 카피다.

최근 세계적 디자인상인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올해의 디자인팀’으로 선정된 LG전자는 ‘디자인 경영’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의 이색 휴대전화 디자이너 2명을 만나 세계시장 점유율 하락 등 총체적 위기를 맞은 국내 휴대전화 업계의 ‘희망’을 찾아봤다. 휴대전화에 내장되는 소리를 만드는 박도영(31·사진 뒤쪽) 사운드 디자이너, 휴대전화에 향기를 집어넣거나 미각을 돋우는 색감을 개발하는 유미연(38) 색상&소재 디자이너이다.

○ 사람을 닮은 휴대전화 소리

2000년대 초반 16화음으로 시작된 국내 휴대전화 벨소리는 최근 128화음으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기계음 느낌이 강하다. ‘아빠, 전화 받으세요’와 같이 지나치게 유아(幼兒)적인 소리도 많다.

경원대 작곡과 출신의 박 씨는 한국에 20여 명밖에 안 되는 휴대전화 사운드 디자이너 중 1명이다. 그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소리를 찾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소리는 파장이 공기와 만나 최고조에 이른 뒤 일정 시간 유지되다 사라집니다. 사라지는 시간을 늘려 음량이 잘리지 않아야 고급스러운 소리가 나옵니다.”

그는 “모바일 세상에서도 ‘사람의 소리’가 가장 감동스럽다”고 했다. LG전자가 최근 스웨덴의 세계적 아카펠라 그룹인 ‘리얼 그룹’과 계약을 하고 8월 새롭게 출시되는 휴대전화 벨소리에 아카펠라를 담는 이유이다. 아카펠라 벨소리는 그동안 유례가 없었다.

박 씨는 소리로 브랜드를 알리는 ‘사운드 로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인텔은 ‘도 파 레 솔’, 노키아는 ‘라 솔 시 레 솔’과 같이 3초 이내의 짧은 소리로 브랜드를 확실히 각인시킵니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이 소홀한 부분입니다. 조만간 LG전자도 사운드 로고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 코와 손으로 느끼는 디자인

LG전자가 2월 출시한 흰색 초콜릿폰에서는 라벤더 향기가 흘러나온다.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에 향기를 넣은 제품을 내놓고도 이 회사는 이에 대한 홍보활동을 펼치지 않았다.

이 제품을 기획했던 유 씨는 “초콜릿이라는 마케팅 콘셉트에 향기가 방해요소가 된다는 내부 의견이 있어 소극적으로 시장 반응을 살피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덕성여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현대자동차에서 승용차 외관을 디자인했던 그는 현재 LG전자 휴대전화의 색상, 소재, 향기, 표면 처리, 미각을 돋우는 디자인을 담당한다.

“따뜻한 색이 입맛을 좋게 합니다. 보라색보다는 오렌지색이 낫죠. 왜 휴대전화가 식욕을 북돋워야 하냐고요. 이제 디자인은 모든 감각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거니까요.”

LG전자는 곧 출시하는 휴대전화에 컬러풀한 그림의 덮개도 함께 만든다. 기존의 투박한 케이스가 아니라 튜닝 효과를 갖는 얇은 장식으로 손쉽게 탈부착할 수 있다. ‘촉각의 즐거움’을 위해 휴대전화 표면에 오돌토돌하게 글씨를 새겨 넣는 디자인도 준비 중이다.

“오히려 고위 경영층은 디자인에 대해 열린 자세를 보여 줍니다. 그러나 때로 마케팅, 상품기획 등 현업 부서와의 충돌에서 새로움에 대한 도전의식이 꺾여요. 세계 유명 기업을 졸졸 따라가는 게 과연 안전할까요. 망하는 지름길이라 봅니다.” 유 씨의 말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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