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멸종된 토종 붉은여우 부활한다

  • 입력 2006년 5월 19일 17시 09분


코멘트
국내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토종 붉은여우가 부활한다.

서울대공원은 최근 중국에서 들여온 여우 10마리에 대한 유전자 검사에서 토종임이 확인돼 여우 복원의 길이 열렸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대공원은 이 여우들을 번식해 개체수를 늘린 뒤 소백산 등 자연에 방사할 계획이다.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올해 4월 21일 중국 항저우(杭州)의 나이트사파리 동물원에서 2~3살 된 한국 토종 붉은여우 10마리(수컷 7마리, 암컷 3마리)를 들여왔다. 이어 이들 여우의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북한산 토종 여우의 유전자와 동일한 종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 여우의 조상은 한국 붉은 여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토종 여우의 맥을 잇기 위해 지난 2년간 외국 여우의 유전자를 수차례 조사한 첫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토종 여우 복원 프로젝트'도 본격화된다.

서울대공원은 우선 후각과 청각이 예민한 여우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금지된 50평 규모의 관리센터를 만들었다. 여우가 굴을 파고 생활하는 습성을 고려해 여우굴을 만드는 등 자연친화적인 서식환경을 조성했다.

현재 여우는 건강 검진을 마친 뒤 관리센터에서 암수 한 쌍씩 짝을 지어 합사된 상태다. 대공원 측은 폐쇄회로(CC) TV를 설치하고 전담사육사와 주치의를 둬 여우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앞으로 개체수를 50마리 정도로 늘린 뒤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소백산 등 서식환경이 적합한 야생에 방사할 계획"이라며 "이들 토종 여우가 한국 자연에 적응하면 지리산 반달가슴곰에 이어 두 번째로 복원되는 야생동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대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민미숙 선임연구원은 "국내에서 사라져가는 야생동물을 되살리는 작업은 큰 의미가 있지만 외국에서 들여온 동물을 방사하기에 앞서 인간에게 유해한 질병 등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학계에서 토종 여우는 사실상 멸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04년 강원 양구군에서 토종 여우 한 마리가 사체로 발견됐지만 이후 확인된 바 없다. 현재 국내에 있는 토종 여우는 서울대공원이 1999년 12월 북한 평양중앙동물원과의 교류를 통해 들여온 한 쌍뿐이다.

홍수영기자 gae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