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가족으로 살아가기]<上>그들의 아픔과 소망

  • 입력 2006년 4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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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치매 중풍 등으로 수발이 필요한 노인도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5년 말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53만 명이 수발을 필요로 하지만 요양시설에 입소해 있는 노인은 6% 수준인 3만5000여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가정에서 수발을 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치매환자와 가족의 아픔에 관심을 기울이고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치매환자 가족으로 살아가기’ 시리즈를 3회에 걸쳐 내보낸다.》

치매환자를 돌보며 산다는 것-그것은 ‘흐느낌’과도 같은 것이라고 치매환자 가족들은 말한다. 이들은 “때때로 절규라도 하고 싶지만 들어줄 대상조차도 없어 혼자서 설움에 북받치다가 체념하곤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중증 치매환자를 가정에서 보호하고 있을 때 가족은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는다.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24시간 돌보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치매가 된 배우자를 혼자서 돌보아야 하는 늙은 남편이나 아내가 그렇고 치매 부모를 도맡아서 간호해야 하는 서민 가정의 며느리나 딸들이 그렇다.

13일 서울 송파구 한국치매가족협회에서는 치매 가족 7명과 전화상담원 5명, 치매가족협회 관계자 4명 등 모두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매환자 가족 간담회가 열렸다. 자신의 경험을 얘기할 때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기가 일쑤였다.

치매에 걸린 아내(65)를 데리고 나온 이수길(66·경기 안산시 상록구 일동) 씨는 아내가 7년 전 치매에 걸린 뒤 직장도 그만두고 24시간 간병에만 매달려 있다고 소개했다. 자식은 아들이 두 명이 있으나 따로 떨어져 살고 있으며 생계는 아들들이 보내 주는 얼마간의 돈과 구청의 지원금으로 꾸려 나가고 있다.

이은정(38·서울 강남구 대치동) 씨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70)를 돌보고 있다. 자신과 34세, 35세 두 남동생은 어머니 때문에 결혼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두 동생이 벌어 온 돈으로 어렵사리 가계를 꾸려 가고 있으나 동생들이 좌절하고 있어 자신도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말했다.

아내(61)가 9년 전 치매진단을 받은 최돈필(68·서울 노원구 중계동) 씨. 그는 1남 1녀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딸은 결혼했으나 아들(33)이 결혼에 지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윤성숙(42·경기 김포시) 씨는 맏며느리로 치매에 걸린 시부모 두 분을 모시는 경우. 윤 씨는 “치매환자의 주보호자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쉬어야 하는데 남편의 형제자매들이 외면해 버리니 쉴 수도 없다”며 혹시 “발목이 잡힐까 봐 발걸음을 하지 못하는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섭섭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해영(43·서울 성북구 종암동) 씨도 비슷하다. 4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82)를 모시고 있지만 하나뿐인 시동생 부부가 잠깐만 보살펴 달라는 부탁도 거절하는 바람에 아예 등을 돌리고 말았다는 것.

치매환자 가족들은 형제와 그 가족들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참석자들은 부모 가운데 치매환자가 발생하면 모든 자식이 서로 협의해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적으로 주보호자를 도와줄 능력이 못 된다 하더라도 정신적으로라도 성원하고 격려해야 가족 관계가 소원해지지 않는다는 것.

이들은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발병과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도록 조기진단 서비스가 마련돼야 하고 △주간 보호, 단기 보호 같은 시설을 크게 늘리고 △가정 파견 도우미 제도를 활성화해 치매환자 보호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정책 당국에 건의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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