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력 사람근육 100배…한국인 참여 美연구팀 인공근육 개발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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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원생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획기적인 ‘인공근육’을 개발해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 온라인판 17일자에 소개됐다. 이 인공근육은 인간의 ‘자연근육’에 비해 수축력이 100배 이상에 달하는 데다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고 환경오염이 적은 연료전지가 장착돼 있어 차세대 로봇에 활발히 적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텍사스대 나노기술연구소 연구팀. 총 11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에는 부산대 물리학과 박사과정생 오지영(30·사진) 씨가 포함돼 있다. 2000년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앨런 맥더미드 박사, 탄소나노튜브의 대가로 차기 노벨상 후보로 꼽히는 레이 바우먼 박사 등 ‘예사롭지 않은’ 연구원들과 함께였다.

오 씨는 “탄소나노튜브를 인공근육과 연료전지의 재료로 동시에 사용한 것이 연구의 핵심 내용”이라고 16일 밝혔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C) 원소가 속이 빈 빨대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물질로 전기를 적당히 공급하면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한다. 또 수소와 산소를 공급하면 전기에너지와 물을 만들어내는 촉매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의 두 가지 기능을 결합해 한쪽에서는 전기를 발생시키고 다른 쪽에서는 이 전기로 수축운동을 하는 인공근육을 만들어낸 것. 오 씨가 아이디어를 주도적으로 제공했고 특히 연료전지 실험을 성공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텍사스대는 “연료전지는 기존 전지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수십 배 뛰어나다”며 “우주공간이나 화재현장 등 극한환경에 투입될 로봇에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 씨는 부산대 물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작년 1월부터 한국과학재단 지원을 받아 6개월간 방문연구원으로 연구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6개월 후 연구팀이 생활비와 체재비를 지원하면서 ‘더 오래 있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모교에서 박사논문을 완성하고 싶다”며 “인간에게 도움을 줄 로봇 연구에 기여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공근육 장치가 50g의 물체를 들어올리는 모습.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만들어진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스프링(탄소나노튜브)이 수축된 결과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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