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유언장 사후 법적 분쟁 가능성

  • 입력 2006년 2월 18일 1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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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젊은 나이에 미리 인터넷에 유언을 남기는 유언 전문 사이트가 호응을 얻고 있지만 사후에 법률적인 분쟁 가능성 등 문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 유언 사이트는 가입자가 인터넷 상에 문서, 동영상, 음성 등 원하는 형식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사후 메시지를 남길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일기처럼 자유로운 형식으로 작성된 유언장은 본인이 수시로 수정할 수 있고 사후에는 후손에게 전달된다.

인터넷에 유언을…아무문제 없을까?

탤런트 임현식, 가수 김국환, 개그맨 황기순, 소설가 서영은 씨 등 유명인사도 사이트에서 유언장을 작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영향으로 유언 사이트 회원은 최근 1년 사이 5만 명선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런 유언은 ‘자필’이라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는데다 ‘서명’의 법적 효력에도 문제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진복 변호사는 17일 “인터넷 유언장은 ‘조언’일 뿐 법률적으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 한다”며 “인터넷에 상속에 관한 유언장을 남길 경우 사후에 자손들 간에 상속 분쟁이 일어나면 법적 효력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행 민법에서는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5종을 유언의 요건으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가장 흔한 자필증서 유언의 경우 전문을 직접 써야 하며 작성한 날짜와 이름, 주소를 쓴 뒤 마지막으로 꼭 서명 날인을 해야 한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무효가 된다.

실제로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언장을 통한 연세대 120 억원 기부’에 대한 법정 공방만 봐도 유언의 요건이 얼마나 엄격한 지를 알 수 있다. 자필로 작성한 유언장이었지만 ‘서명 날인’이 없었기 때문에 기부를 받기로 한 연세대 측이 패소하게 된 것.

최 변호사는 “이처럼 자필 유언장이라고 해도 엄격한 요건을 요하는데, 컴퓨터 자판으로 두들긴 유언장의 효력이 오죽 하겠는가”라며 “만약 인터넷 유언장이 효력을 얻기 위해선 ‘공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처럼 문제가 제기되자 몇몇 유언 사이트는 회원이 원할 경우 법률 회사와 연계해 별도의 ‘공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공증을 거칠 경우 ‘편리함’이라는 인터넷 유언장만의 매력은 사라지는 셈이다.

유언 전문 사이트 마이윌의 진용직 대표는 “현행 민법상 유언 규정은 일제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시대에도 뒤 떨어진다”며 “변호사들이 유언의 공증을 강조하는 것은 현실 보다는 법조문에만 얽매여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넷 유언장은 가입자가 수시로 들어가 예고 없이 찾아오는 죽음의 의미를 반추해 보고, 자기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많은 분들이 유언장을 쓴 뒤 삶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고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소감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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