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근교수와 국과수 과장이 지적한 ‘PD수첩의 오류’

  • 입력 2005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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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근 교수
강성근 교수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의 일원인 강성근(姜成根)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4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MBC PD수첩 취재팀이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토대로 분석을 의뢰한 데이터는 과학적 근거가 취약한 오류투성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강 교수와의 일문일답.》

―PD수첩팀은 황 교수팀이 제공한 줄기세포 샘플에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절대 그럴 리 없다. PD수첩팀 측은 배아줄기세포 전문가 1명을 대동하고 우리 연구실에서 샘플을 가져갔다. 그 전문가가 직접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미분화된 배아줄기세포가 맞다’고 말했다.”

―PD수첩팀의 유전자 감식 자료에 어떤 오류가 있었나.

“PD수첩팀이 보내온 검사 결과를 보면 줄기세포 5개 중 1개, 바탕영양세포 5개 중 3개만 판독이 가능했다. 그런데 바탕영양세포는 동일한 생쥐로부터 추출한 것이므로 3개의 결과가 똑같아야 하는데 서로 다른 결과가 나와 실험과정 자체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

―PD수첩팀은 ‘황 교수가 바탕영양세포는 인간(환자)에게서 추출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하는데….

“아니다. 생쥐에서 추출한 게 맞다. 줄기세포 주변에 바탕영양세포가 붙어있는데 이 둘을 분리할 때 줄기세포에 바탕영양세포가 잘못 묻어 나올 수 있다. 제대로 실험하라는 차원에서 생쥐 바탕영양세포를 준 것이다. 생쥐와 인간의 유전자는 달라 검사할 때 뚜렷이 구별된다.”

―이에 대해 PD수첩팀은 ‘황 교수팀이 말 바꾸기를 한다’고 주장하는데….

“내가 줄기세포를 줄 때 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황 교수는 이 사실을 모르고 PD수첩에 ‘인간 바탕영양세포’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나중에 PD수첩팀에 ‘생쥐 바탕영양세포’라는 사실을 분명히 전달했다.”

―PD수첩팀이 보내 준 유전자 분석 검사결과는 아이디진 것이었나.

“아니다. 나중에 아이디진 검사 결과를 구해 본 결과 PD수첩팀이 나에게 준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검사 결과는 어땠나.

“내가 받은 검사 결과는 2번 줄기세포의 판독이 가능했다. 결국 PD수첩팀이 밝힌 것과 다르게 줄기세포 2개가 판독 가능한 결과가 나온 셈이다.”

―그러면 3차례의 검사에서 2차례 판독 결과가 나왔다면 유의미한 자료라는 말인가.

“아니다. 아이디진의 자료를 얻어 2개의 줄기세포 유전자 검사결과를 비교해 봤더니 16개 유전자 마커 가운데 1개가 달랐다.”

―무슨 뜻인가.

“‘1개만 달라도 두 샘플은 동일하지 않다’고 들었다. 동일한 줄기세포 샘플에 대해 다른 결과가 나온 셈이므로 실험과정이 불완전했던 것으로 봐야한다.”

―지난해와 올해 ‘사이언스’에 논문을 내기 전 줄기세포 유전자검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비공식적으로’ 의뢰한 이유는….

“보안문제 때문이다. 세계 최초의 연구 성과여서 극도의 보안을 필요로 했다.”

―당시 국과수에 줄기세포가 아닌 유전자(DNA) 샘플을 보낸 이유는….

“줄기세포와 바탕영양세포를 분리하는 데는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당시 이 기술은 우리 팀 등 극소수만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 팀이 DNA 추출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굳이 줄기세포를 보낼 이유도 없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 전문가 ‘약물 오류’ 지적 “파라포름알데히드, 염색체 엉겨붙게 해”

MBC PD수첩팀이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으로부터 건네받은 샘플의 대부분이 ‘판독 불능’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세포에서 유전자(DNA)를 추출하는 용액을 잘못 처리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통 DNA 추출에 사용되는 ‘트리졸’이란 약물 대신 파라포름알데히드를 사용했기 때문.

흔히 파라포름알데히드는 세포에서 당분이나 단백질 등을 분해하지만 DNA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 동물을 박제할 때나 시신 등 현장을 보존하는 수사과정에서 사용된다.

PD수첩 최승호 PD는 4일 “황 교수팀이 건네준 세포들을 담는 용액으로 파라포름알데히드를 사용했다”며 “마침 트리졸이 없어 황 교수팀의 분자생물학자와 합의해 이 용액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교수팀의 일원인 강성근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세포를 깨고 핵 안에 있는 DNA를 분리하기 위해 흔히 트리졸이란 약물을 사용한다”며 “파라포름알데히드는 단백질을 녹여 없애는 과정에서 DNA 성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성(李允聖) 서울대 의대 법의학과 교수는 “파라포름알데히드가 세포 속에 들어가면 조직을 응고시키고 염색체를 엉겨 붙게 만들어 DNA를 추출하는 데 방해가 된다”며 “(이 용액을 넣으면) DNA 검사에서 결과가 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PD는 “(이번 유전자 검식을 실시한 벤처기업) 아이디진 관계자 얘기로는 4% 농도의 파라포름알데히드 영향이 별로 없다. 트리졸보다는 못하지만 15개 중 13개가 안 나올 정도는 아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 국과수, PD수첩 주장 반박“판독결과 구두로 통보한 적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한면수(韓冕洙·사진) 유전자분석과장은 MBC PD수첩팀이 판독을 의뢰한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유전자 지문 분석 결과에 대해 “‘불일치’한다고 PD수첩팀에 구두로 통보한 적이 없다”고 4일 밝혔다.

다음은 한 과장과의 일문일답.

―PD수첩팀이 ‘국과수가 판독 결과가 같다고 구두 통보했다’고 했는데….

“판독 결과를 구두로 통보한 사실이 없다. 실험 전체 과정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상세한 증빙자료를 요구했으나 PD수첩팀은 2일 20여 장의 유전자 감식 결과표만 가져왔을 뿐이다. 검토 결과는 5일 오후 3시 공식 문서로 PD수첩에 보낼 계획이다.”

―PD수첩팀이 판독을 의뢰한 자료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인가.

“유전자 감식의 생명은 실험과정의 투명성과 재현성이다. 하지만 PD수첩팀이 판독을 의뢰한 자료는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단지 결과표만 20여 장 가져와 ‘맞느냐’ ‘틀리느냐’만 판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과수가 요구한 실험 관련 증빙자료가 중요한 이유는….

”유전자 감식은 미량의 DNA 샘플을 대상으로 실험한다. 따라서 실험과정 전체가 투명해야 한다. 판독을 하려면 줄기세포는 어떤 상태였는지, DNA는 얼마나 추출했는지 등에 대해 명확히 알아야 한다. 특히 두 번 이상 실험했을 때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재현성). 수학 시험에서 푸는 과정이 생략되거나 과정이 틀리면 답이 맞아도 ‘정답’으로 인정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PD수첩팀이 제출한 시험결과표만으로는 판독이 어렵다는 것인가.

“그래프를 비교하며 맞나 틀리나 보는 것은 삼척동자도 할 수 있다. 이런 역할 정도라면 국과수가 나설 필요가 없다.”

―판독 결과가 나왔나.

“아니다. 검토 결과는 5일 오후 3시 이후 공식 문서로 PD수첩팀에 보낼 계획이다.”

―공식 문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나.

“PD수첩팀이 의뢰한 유전자 지문 분석 결과에 대해 ‘일치’ ‘불일치’의 판독 결과가 포함된다. 하지만 ‘(판독 결과는) 실험과정의 투명성과 재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없이 판단한 것’이라는 단서 조항을 넣을 계획이다.”

■“자살할 생각도 했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한 핵심 교수는 4일 MBC PD수첩팀의 무리한 취재가 계속되자 “자살을 생각하고 고속도로에 나간 적이 있다”며 고통스러웠던 심정을 토로했다.

이 교수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연구밖에 한 게 없는데, 앞으로 계속 연구를 해야 하는 것인지 정말 괴롭다”며 “(이런 정신적) 충격에 대해 연구팀 내 의사와 상의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몰래카메라로 촬영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취재 도중 문틈으로 촬영하는 것을 봤다”며 “줄기세포 가짜 운운하는 것은 과학자에 대한 모독이다. 과학자를 범죄자로 취급해 태어나서 기분이 제일 나빴다”고 말했다.

그는 “나만 괴로운 게 아닌 것 같아 PD수첩팀이 취재한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취재 과정에 대한 ‘의견서’를 받고 있다”며 “지금까지 10여 통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설문은 △취재 과정에서 정신적 고통을 받았는지 △몰래카메라로 촬영된 경험이 있는지 △취재진의 자세는 어떠했는지 △법적으로 문제 제기할 생각이 있는지 등 10여 개 질문으로 이뤄졌다.

연구원들은 대부분 “집요하게 취재해 와 불쾌감을 느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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