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임종인]인터넷 종량제, 得보다 失많아

  • 입력 2005년 5월 8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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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누리꾼(네티즌) 사이에서 인터넷 종량제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인터넷을 사용한 만큼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종량제는 사용량에 관계없이 일정 요금을 부과하는 정액제보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인터넷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꿀 만큼 파괴력이 큰 사안이기도 하다.

6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KT는 최근 국회 제출 보고서에서 상위 5%가 전체 사용량의 50%를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하위 50%가 겨우 5%를 사용하는 현실은 ‘제2의 디지털 디바이드’라 지적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종량제를 거론하고 있다. 인터넷 중독 현상의 확산에 대한 해법으로, 또 과다 사용자로 인한 인터넷 저속화 현상에 대한 대안으로도 ‘지나치게 많이 쓰는 사람에게 그만큼 요금을 부담시키는’ 종량제가 제시되고 있다.

▼온라인 참여문화 위축 우려▼

그렇다면 과연 종량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KT 경영연구소의 논문에 따르면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정액제를 채택하는 것이 사업자에게 유리하고 유럽과 같이 비교적 경쟁이 덜한 시장에서는 종량제를 채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시장이 KT와 하나로텔레콤의 양강(兩强)으로 재편된 지금 KT의 종량제 주장은 사업자로선 당연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액제의 포기가 가져올 영향도 고려해야만 한다.

첫째, 정액제 포기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라고 평가받는 우리의 인터넷 참여 문화를 크게 위축하고 냉각시킬 것이다. 인터넷 중독도 우려되는 일임에 틀림없지만 인터넷을 통한 활발한 표현과 참여가 우리 사회의 건전성과 경쟁력을 키우는 순기능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둘째, 콘텐츠 제공업자, 포털 사업자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자들에 미치는 영향을 들 수 있다. 이들 사업자 대부분은 그간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다가 최근 몇 업체가 수익 모델을 개발하고 사업화에 성공해 점차 국제적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다. 종량제 채택은 정액제에 기반을 둔 수익 모델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겨우 출현한 경쟁력 있는 업체들을 다시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

셋째, 요금 인상을 통한 인터넷 중독 현상 치료 효과는 담배의 경우에서 보듯 확실하다고 할 수 없다. 도리어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대안으로 특정시간대의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변형된 정액제’를 도입하는 방법이 있다. 과다 사용자로 인한 인터넷 저속화에 대한 일반 사용자의 불만은 피크타임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종량제가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초기 정보사회학자들이 우려했던 ‘정보 접근권 격차’라는 의미의 디지털 디바이드는 한국과 같은 정보기술 선진국에서는 거의 해소됐다. 최근 전문가들은 정보 독해력 격차라는 차원에서의 디지털 디바이드, 즉 디지털 문맹을 걱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접근권에 대한 무제한적 남용도 문제지만 단순하고 표피적인 표현과 참여가 아니라 담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깊이 있는 인터넷 문화로 발전시킬 여건을 만드는 것이 디지털 디바이드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디지털文盲 해소대책 시급▼

미래 유비쿼터스 사회는 PC만 끄면 사이버세계에서 현실세계로 돌아올 수 있는 오늘날의 환경과 완전히 다르다. 두 세계가 완전히 결합돼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정보 독해력의 차이가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오늘날 젊은 세대의 왕성한 정보 접근욕을 심도 있는 정보 독해력 배양으로 이끄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번 논쟁이 진정한 유비쿼터스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정보보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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