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하동악어 족보를 아시나요?

  • 입력 2005년 4월 28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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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대 하면 흔히 공룡의 시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생대에는 공룡 말고도 하늘에는 익룡이, 물가에는 악어가 번성하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악어만이 중생대 말 소행성이 충돌해 대멸종을 몰고 왔을 때도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1억2천만년 전에 살았던 新種… 하동수쿠수 아세르덴티스로 명명

흥미롭게 중생대에는 한반도에도 악어가 살고 있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융남 박사와 이항재 연구원이 2002년 경남 하동에서 국내 최초로 악어 머리뼈 화석을 발견했다.

최근 이 악어의 실체가 밝혀졌다. 8∼13일에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2005 헤이얀 국제공룡심포지엄’에서 이 박사팀이 2년여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던 것. 화석의 주인공은 신종이자 새로운 속(屬)의 악어로 드러났고 ‘하동수쿠수 아세르덴티스’로 명명됐다. 하동에서 발견된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악어라는 뜻.


원시악어 복원도

“하동 악어는 1억 2000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가장 원시적인 악어 그룹인 ‘프로토수키아’에 속한다”고 이 박사는 말했다.

악어는 2억 2000만년 전 처음으로 지구상에 출현했다. 바로 원시 악어인 프로토수키아 그룹이다. 그 뒤 1억 9000만년 전인 전기 쥐라기에 공룡과 어깨를 겨뤘던 메소수키아 그룹이, 9000만년 전 현생 악어의 조상인 에우수키아 그룹이 나타났다.

이 박사는 “이 세 그룹은 입천장에서 안쪽 콧구멍의 위치에 따라 구분된다”며 “진화된 그룹일수록 안쪽 콧구멍이 주둥이 쪽에서 목 쪽으로 이동해 숨쉬기 편하다”고 설명했다.

○원시악어에 속해… 몸 길이 50cm, 곤충-도마뱀 먹으며 생활

하동 악어는 안쪽 콧구멍이 주둥이 쪽에서 발견돼 원시 악어의 특징을 갖추고 있다. 또 머리뼈 표면은 곰보처럼 불규칙한 구멍자국들로 장식돼 있다. 이는 머리뼈 표면이 매끈한 공룡이나 포유류와 다른 악어만의 특징.

중생대 악어는 강가에만 사는 현재의 악어와 달리 육지나 바다에도 살았다. 원시 악어인 프로토수키아는 육상 생활을 했고 메소수키아는 돌고래처럼 완전히 바닷속을 누비기도 하고 두더지처럼 땅에 굴을 파는 종류도 있었다.

이 박사는 “1억 1000만년 전에 아프리카 사하라 지역에 살았던 길이 12m의 대형 악어인 ‘사르코수쿠스’는 심지어 물가에 온 공룡을 사냥하기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동 악어는 악어의 진화에서 중요한 점을 보여주고 있다. 머리뼈 길이가 5.2cm로 몸 길이는 50cm로 추정된다. 하동 악어는 프로토수키아 그룹의 대표종인 ‘프로토수쿠스’가 몸 길이가 1.2m인 것에 비하면 소형인 셈이다.

이 박사는 “원시 악어가 전성기에는 세계 곳곳에 살다가 다른 악어 그룹의 세력에 눌리면서 서식처가 한국, 중국 등 아시아에 한정되고 크기도 작아졌다”고 설명했다.

하동 악어는 이빨이 납작한 칼 모양이라 육지에서 곤충이나 작은 도마뱀을 잘라 먹으며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박사는 “하동 악어가 같은 시기에 중국과 몽골에서 살던 원시 악어와 비슷하다”며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새로운 과(科)를 세계 척추고생물학회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로토수키아 악어들은 하동 악어가 출현한 후 약 2000만년 후에 멸종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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