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IT “꼬이네”… DMB, 와이브로 출발부터 삐걱

  • 입력 2005년 4월 13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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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와이브로(휴대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이 내세우는 차세대 IT 서비스가 출발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 속도가 빨라지고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사업자, 서비스업체, 단말기업체 간에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 인터넷=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와이브로’ 서비스는 정부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 KT,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 등 3개 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다.

공식 일정에 따르면 KT는 내년 4월,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은 내년 6월에 상용 서비스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KT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시장성을 저울질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와이브로에 대해 망 투자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사업권을 따낸 A사 관계자는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몰라 일단 신청은 했지만 시장이 정부의 전망보다 커질 것 같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단말기 개발도 지지부진하다. 가장 앞선 삼성전자가 현재 노트북 컴퓨터 크기의 단말기를 개발한 상태. 이를 휴대전화 크기로 축소하려면 기판을 하나의 칩으로 줄여야 하는데 내년 상반기는 돼야 이에 걸맞은 제품이 나올 전망이다. 경쟁업체는 아예 개발 자체가 고민이다.

단말기업체인 B사 관계자는 “와이브로 단말기 특허의 70%를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 단말기 개발을 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통신과 방송의 힘겨루기=DMB는 유럽의 디지털오디오방송(DAB) 표준에 국내에서 개발한 동영상 기술을 덧붙여 TV를 볼 수 있게 만든 서비스. ‘손 안의 TV’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음 달 1일 본 방송을 시작하는 위성 DMB 서비스는 채널이 당초 비디오 12개, 오디오 22개에서 비디오 7개, 오디오 12개로 줄었다. 사업자인 TU미디어와 방송위원회 간에 지상파 재전송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휴대전화로 DMB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는데 KTF와 LG텔레콤은 경쟁업체인 SK텔레콤이 위성 DMB 사업자인 TU미디어의 최대 주주라는 점을 들어 전산망 공개 등을 놓고 반발하고 있다.

▽신기술의 대두=3.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고속다운링크패킷접속(HSDPA)이 예상보다 빠른 내년에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상황이 더욱 꼬였다.

HSDPA도 시속 250km로 달리는 차 안에서 무선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고 방송 청취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와이브로나 DMB의 대체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와이브로는 HSDPA와 경쟁 관계에 있다”며 “와이브로는 틈새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라고 언급해 와이브로 관련 업계를 당혹스럽게 했다.

정부로선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차세대 통신 서비스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정책이 오히려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나준호(羅俊晧) 책임연구원은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기술 변화를 빨리 읽고 이동통신 세계의 변화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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