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지진’ 규모와 진도는 어떻게 다르나

  • 입력 2005년 3월 24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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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일본 후쿠오카 북서쪽 해저에서 일어났던 지진이 한국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지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 지진의 규모(리히터 규모)와 진도를 혼동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조창수 박사는 “규모는 지진의 절대적 강도로 지역에 관계없이 똑같지만, 진도는 지진 때문에 사람이 느끼는 진동이나 건물이 피해를 입은 정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규모 3과 진도 3은 전혀 다른 의미란 말이다.

규모 6의 지진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났다고 가정해보자. 이 지진이 지하 10km 이내에서 발생했다면 땅이 갈라지고 저층 건물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또 고층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은 피할 여유가 없을 뿐 아니라 문이 틀어져 갇히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진도 8 정도의 상황이다.

반면 같은 지진이 지하 100km 깊이에서 발생했다면 건물이 흔들리고 사람들은 가벼운 진동을 느끼며 아무런 피해도 없을 것이다. 진도 3, 4의 상황이다.

리히터 규모는 1936년 미국의 지진학자 리히터 박사가 캘리포니아 지진 자료를 바탕으로 지진이 일어났을 때 나오는 에너지의 크기를 수치화한 것이다. 거리에 따라 지진 에너지가 어떻게 감소하는지를 감안하면 어디서나 지진파의 진폭으로부터 동일한 규모를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진도는 지진 발생지점으로부터의 거리나 관측지점의 지질 특성에 따라 다르다. 서울과 부산에서 다르고 암반과 토양에서 다르다. 심지어 사람이 느끼는 진동은 1층과 맨꼭대기층에서 다르다.

또 우리나라는 12단계의 MM 진도를 쓰고 일본은 10단계의 JMA 진도를 사용한다.

요즘엔 주관적인 진도를 정량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지진 때문에 물체가 파괴되는 힘과 비례하는 가속도를 재는 지진계를 쓰고 있다. 반면 규모를 측정할 때는 전통적으로 땅이 흔들리는 정도를 측정하는 속도 지진계를 쓴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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