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1746명 고객정보 유출…복제전화 만들어 인터넷 결제

  • 입력 2004년 10월 7일 18시 38분


코멘트
인천 계양구에 사는 박모씨(33)는 9월 초 휴대전화 요금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 4만∼5만원이던 휴대전화 요금이 무려 15만원 정도 나왔기 때문.

청구서에는 박씨가 8월 말 두 차례에 걸쳐 인터넷 소액결제를 2회 한 것으로 돼 있었지만 그는 인터넷 결제 때 필요한 인증번호조차 받아본 적이 없다.

박씨는 이동통신회사와 인터넷 쇼핑몰 등에 항의했지만 “결제 대행업체에 문의하라”는 얘기만 들었다.

박씨와 비슷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쇼핑몰 업체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이 업체가 9월 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수사결과 인터넷 쇼핑몰에서 800여명, 게임사이트에서 700여명 등 모두 1500여명이 박씨와 같은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전화 판매업자 등이 이동통신회사의 고객정보를 빼내 휴대전화를 복제한 뒤 이 복제전화를 이용해 인터넷 결제를 한 것.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고객정보를 빼내 휴대전화 복제업자에게 넘겨준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7일 휴대전화 판매업자 조모씨(33)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휴대전화를 복제한 오모씨(36)를 같은 혐의로 수배하고, 대리점 직원과 대리점 주인 등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의 책임을 물어 통신회사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오씨는 8월 초 P사의 특정모델 고유정보를 입수한 뒤 고향 후배인 조씨에게 이 정보를 넘겨주고 “해당 단말기를 사용하는 고객정보를 빼 달라”고 부탁한 혐의다.

조씨는 전북 익산시의 K이동통신회사 대리점 아르바이트생인 임모씨(26)에게 30만원을 지불하고 고객 446명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등을 입수한 뒤 오씨에게 전달했다.

비슷한 시기 경기 이천시의 같은 이동통신회사 대리점 주인 김모씨(34)도 조씨의 부탁을 받고 1300여명의 고객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복제전화로 인터넷 결제를 하기 위해 가입자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복제전화와 원래 휴대전화의 기지국이 다를 경우 복제전화에만 인증번호가 전송되는 허점을 이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회사와 통신회사들이 각종 정보를 워낙 허술하게 다뤄 휴대전화 고유정보가 어떤 경로로 어떻게 유출됐는지조차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