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모바일 라이프 “나는 호모 유비쿼터스”

  • 입력 2004년 5월 19일 1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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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인터넷’ 마니아 한나정씨. 12일 서울 연세대 캠퍼스에서 만난 한씨는 자신의 노트북을 이용해 무선 상태에서 초고속인터넷을 활용하는 방법을 즉석에서 시연해 보였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모바일 인터넷’ 마니아 한나정씨. 12일 서울 연세대 캠퍼스에서 만난 한씨는 자신의 노트북을 이용해 무선 상태에서 초고속인터넷을 활용하는 방법을 즉석에서 시연해 보였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인터넷이 안 되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어요.” 인하대 4학년생인 한나정씨(22·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는 밥을 먹거나 공부할 때를 빼고는 항상 인터넷에 접속하는 인터넷 마니아다. 밖에서도 틈만 나면 인터넷에 접속해 시간을 보낸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것은 도시 곳곳에 무선랜 망이 깔려 있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그의 가방 안에는 노트북PC와 개인휴대단말기(PDA), 휴대전화기가 들어 있다. 생활환경이 인터넷과 연결돼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른바 ‘유비쿼터스’ 시대를 한 발 앞서 체험하고 있는 한씨의 일과를 엿본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모바일 라이프’=한씨가 아침에 눈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날씨를 챙기는 것. 침대 옆 탁자의 노트북에 손만 뻗으면 인터넷으로 간단히 날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비 오는 날에는 짐이 될 수 있는 노트북은 집에 두고 PDA와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만 챙겨 등교를 서두른다.

애지중지하는 노트북은 거실의 무선랜 접속장비를 통해 외부 인터넷망과 연결돼 있다. 가족 6명이 사는 한씨의 집에는 노트북 2대, 데스크톱 1대가 유선과 무선으로 초고속인터넷에 접속돼 있다. 외출 시에는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를 준비하는 것은 필수. 노트북과 PDA, 휴대전화 등의 배터리는 항상 잠자리에 들기 전 충전기에 연결해 둔다.

집 안팎에서 인터넷을 쓰기 위해 유무선 공용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라이트 서비스에 무선인터넷 ‘네스팟 ID’ 1개를 추가해 쓸 수 있는 이 서비스의 한 달 이용요금은 3만8000원 정도.

▽이동 시간을 활용하라=경기 광명시에 사는 한씨가 등교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40분 정도. 한씨는 이동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버스나 지하철에 자리를 잡으면 PDA를 꺼내 동영상을 감상한다. 주로 감상하는 콘텐츠는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애니메이션. MP3 음악과 영어회화 강좌 파일도 애용하는 메뉴다.

일부 지하철역 구내에서는 노트북과 PDA의 무선랜 카드를 통해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어 급한 e메일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한씨는 “휴대인터넷 서비스가 등장하면 무선인터넷을 이동하는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쓸 수 있다니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랜 케이블이 필요 없는 캠퍼스=한씨가 다니는 인하대에는 108곳에 무선랜 접속장비가 설치돼 있어 전교생이 캠퍼스 곳곳에서 랜 케이블 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캠퍼스 전체가 하나의 전산실 역할을 하고 있는 셈.

한씨의 경우 무선랜 접속 환경이 비교적 좋은 도서관과 하이테크센터 건물, 학생회관 등을 근거지로 삼아 무선 인터넷을 즐긴다. 학생회관 인근 호숫가 벤치는 경치도 좋고 무선랜 연결도 잘 돼 학생들 사이에 명당으로 통한다.

한씨가 모바일 인터넷 마니아가 된 이유는 평소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 올해는 반도체칩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로 취업하기 위해 입사시험 준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캠퍼스 무선랜 시스템은 무선 상태에서 인터넷에 접속해 리포트를 작성하고 당일 들을 강의록을 내려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강의록은 공용프린터로 복사해 강의시간에 활용한다. 간단한 파워포인트 파일은 PDA로 복사해 놓으면 강의시간에 따로 출력물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그는 “강의가 지루할 때는 PDA로 친구와 채팅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귀띔했다.

▽‘노는 물’이 다르다=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좋은 곳만을 찾아다니는 노력이 요구된다.

한씨의 경우 KT 네스팟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을 즐겨 찾는다.

무선인터넷이 되는 업소라고 해도 모든 자리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한씨는 “점원에게 무선랜 신호가 잘 잡히고 전원 콘센트를 이용할 수 있는 자리를 부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 대학로나 신촌 연세대 앞 같은 곳은 거리 전체에 무선랜 접속장비가 설치돼 모바일 인터넷 마니아들이 많이 모인다.

그러나 한씨는 “밖에서 무선인터넷을 쓰기에는 아직도 불편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은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장소에서 전원 콘센트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

한씨는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으로 알고 찾아갔다가 헛걸음치는 일도 있다”며 “모바일 인터넷 인프라가 실소비자 중심으로 계속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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