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남극 얼음존재설 밝힌다…EU, '탐사선 스마트1호' 발사

  • 입력 2003년 9월 2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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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달 탐사에 유럽, 일본, 중국, 인도 등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러시아가 여러 차례 달을 탐사하면서 달의 암석을 가져와 분석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웬만한 사실이 다 밝혀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아직도 달에 대해 풀리지 않은 문제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달의 기원과 물의 존재 가능성이다.》

달의 기원을 밝히고 달에서 물을 찾기 위해 선봉에 나선 것은 유럽연합(EU)이다. 4일 오전 8시(한국시간) 유럽 최초의 달 탐사선 ‘스마트 1호’가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기지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21세기 달 탐사의 역사적인 첫 테이프를 끊는 것이다.

지금까지 달의 기원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론은 대충돌설이다. 45억년 전 지구가 형성될 때 화성 크기의 천체가 어린 지구에 충돌하면서 주변에 뿌려진 수많은 부스러기가 뭉쳐져 달이 탄생했다는 주장이다. 만일 이 가설이 맞는다면, 달에서는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에 대한 철의 비율이 지구에서보다 좀더 작아야 한다. 스마트 1호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달 전체의 구성성분을 세밀하게 탐사한다.

또 스마트 1호는 달에서 물 탐색에도 도전한다. 달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햇빛 때문에 물이 증발했지만, 달의 남극 근처 구덩이에는 영구 동토지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에 물이 얼음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1990년대에 미국의 달 탐사선 두 대가 얼음의 존재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벌였지만 상반된 결과를 내놔 아직 물의 존재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스마트 1호에는 달의 구성성분과 얼음을 탐사하기 위해 이전에 비해 성능이 좋아진 고해상도 카메라, 적외선 분광계, X선 분광계 등이 실려 있다. 아울러 스마트 1호에는 이전 달 탐사선과 달리 이온엔진이 장착돼 있다. 이온엔진은 태양 전지판에서 만들어진 전기로 이온화된 원자를 가속시켜 추진력을 얻는 시스템이다. 보통 화학연료로 추진하는 엔진보다 10배나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일본은 EU보다 한발 앞서 이미 1990년에 12kg짜리 초소형 위성 ‘하고로모’를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달 궤도에 진입시켰다. 일본은 내년 8월에 ‘루나-A’, 2005년에는 ‘셀레네’를 달로 보낸다. 루나-A는 달 표면에 떨어뜨린 굴착장비로 1년 동안 달의 지진을 모니터한다. 아직까지 논란 중인 금속핵의 존재 여부를 가리기 위한 목적이다. 셀레네는 달 표면에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다.

요즘 한창 달 탐사 계획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는 국가가 중국과 인도다. 중국은 달에 2010년 무인탐사선, 2020년에 유인탐사선을 보낸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10월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 발사를 준비 중이다.

이에 질세라 인도도 8월 15일 2008년까지 달에 무인탐사선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신형 우주발사체를 이용해 무인탐사선을 달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것이다. 달의 3차원 지도를 작성하기 위한 고해상도 카메라가 장착될 예정이다.

달의 정확한 조성을 밝히고 달에서 물의 존재를 확인하는 작업은 미래에 인류가 달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해 중요하다. 필요한 광물과 물을 지구에서 가져갈 필요 없이 달에 있는 것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저명한 우주과학자 베르나드 포잉 박사는 최근 영국의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20년 안에 달에 식민지를 건설해 인간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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