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목소리에 질렸다” 인터넷서도 ‘보수의 반란’

  • 입력 2003년 6월 1일 18시 56분


코멘트
진보의 목소리가 압도적이던 인터넷에서 최근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진보’의 일방 독주가 계속됐던 온라인에서 ‘보수의 반란’이 시작된 것.

인터넷사이트 조사업체 ‘랭키닷컴’에 따르면 인터넷의 대표적 보수 매체인 독립신문은 하루 방문객 수가 평균 2만5000명에 이르고 있다. 진보 매체인 오마이뉴스(18만명)나 프레시안(15만명)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지난 해 7월 문을 연 뒤 빠른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스스로도 자평한다.

독립신문은 대선 직후 ‘전자개표 조작설’을 처음으로 보도한 데 이어 ‘촛불 시위는 앙마의 자작극’ 등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뉴스를 내보내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독립신문측은 후원금을 보내주고 있는 사람이 한 달에 700여명이고, 후원금도 월 1000만원에서 3000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신혜식 대표는 “많은 네티즌들이 좌파의 일방적인 목소리에 질려 있다”며 “뭔가 다른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던 사람들에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수호를 표방한 독립신문은 대안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를 표방하는 커뮤니티에도 회원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조국의 자유 수호를 기치로 내건 ‘청년우파연대’는 올 1월 문을 연 뒤 5개월 만에 1700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했다. ‘미래한국연구회’ 1137명, ‘자유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 1023명, ‘보수주의학생연대’ 913명 등 보수 우익을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세 확장이 이뤄지고 있는 것. 보수주의학생연대 회원인 윤태인씨(23·한양대)는 “나라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게 너무 걱정돼 가입했다”고 말했다.

보수 네티즌을 하나로 묶는 키워드는 ‘반공(反共) 반핵(反核)’. 모든 단체가 ‘자유 대한민국과 시장경제 체제 수호’를 금과옥조로 여긴다. 월간조선 조갑제 편집장과 보수 성향의 군사전문가 지만원씨의 글이 뜨거운 호응을 얻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들 보수단체는 지난 해 대선을 전후로 만들어지기 시작해 한총련 합법화, 이라크전 참전 여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등 첨예한 보혁 갈등에 힘입어 급속히 세력을 키우고 있는 양상이다.

서울대 박효종 교수(국민윤리교육과)는 “지난해 대선은 보수와 진보 세력이 정면승부를 벌이는 양상을 보였다”며 “주류를 차지하던 보수주의자들이 대선 패배로 정책 결정권을 상실하면서 ‘침묵하던 다수’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설가 복거일씨는 “좌파는 소수지만 학계나 언론처럼 여론 형성에 큰 역할을 하는 전략적인 곳에 많이 포진해 있어 실제보다 목소리가 컸다”며 “자연스러운 반작용으로 우파에서도 결속 움직임이 나왔고 단체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