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절약형 요금제 왜 효과없나…

  • 입력 2003년 3월 30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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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씨(28)는 지난해 12월 한 이동통신회사의 요금절약형 휴대전화서비스에 가입했다 낭패를 보고 있다. 이 회사는 당시 “1만5000원을 더 내면 11시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광고를 내고 대대적으로 회원을 모집했다. 그러나 김씨의 통화요금은 통화시간이 크게 늘어난 것이 아닌데도 1월에는 4만원, 2월에는 5만원 정도가 더 나왔다. 이동통신사에 항의했으나 “사용시간이 도수 개념으로 계산된다”는 애매한 답변만 되풀이했다.》

휴대전화로 영화나 뮤직비디오 등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IMT-2000기종으로 신규 가입한 정모씨(26·여)도 최근 대리점 권유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고 요금혜택도 있다는 ‘체험 고객용’서비스를 신청했다. 그러나 뮤직비디오 3, 4편 등을 받아 본 이용요금은 평소보다 10여만원이 더 나왔다. 정씨는 당초 “월 5000원을 더 내면 3만패킷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은 들었지만 ‘패킷’이 무엇인지, 이용료는 얼마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동통신회사가 새로운 서비스와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사용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난해한 전문용어와 개념을 내걸어 소비자를 혼란시키면서 잇속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현혹하는 전문용어=SK텔레콤은 ‘1만원으로 11시간 무료통화’라는 광고문구로 서비스 시행 3개월만에 66만7000명의 신청자를 확보했다. 그러나 실제 무료혜택을 받는 시간은 소비자들의 기대에 턱없이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사들은 ‘초’ 단위로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10초=1도수’라는 개념으로 계산하기 때문. 따라서 이용자들은 1만원의 서비스요금을 내면 이 금액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료시간(1시간반) 외에 추가로 9시간반(평일 낮 시간, 10초당 20원 기준)을 무료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평균 4∼5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수 개념을 적용할 경우 11초만 이용해도 2도수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 결국 소비자는 쓰지 않은 9초의 요금을 부담하는 셈이다.

이미 20여만명이 가입한 무선 인터넷 멀티미디어 서비스 전용요금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요금제 설명에는 ‘월 5000원에 3만패킷 무료통화’ 등의 문구만 있지 ‘패킷’이 무슨 뜻인지, 상품 하나를 다운받을 때 예상되는 요금은 얼마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한 회사원 우모씨(27)는 “벨소리 하나 받는데도 1만원이 넘게 나왔다”며 “접속화면에는 정보이용료(200∼900원)만 적혀 있을 뿐 ‘패킷’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패킷은 단말기로 전송되는 정보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일반적인 음악이나 동영상 한 개의 양은 4000∼2만패킷 정도다. 따라서 파일 한 개당 6000∼3만원 정도의 통신료가 부과된다.

▽스스로가 주의해야=현행법상 광고의 내용과 실제 서비스가 기대치 이하이거나 자세한 이용정보를 고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업체를 규제할 방법은 없으며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고액의 이용료가 나온 고객은 현재 한시적으로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정액요금제로 대체해 마찰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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