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CeBit-美 CTIA서 부각된 올 IT흐름은…기능복합+넓고얇게

  • 입력 2003년 3월 23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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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야 시작하건 말건 전시회는 계속되어야 한다(With or without war, the show must go on).’

17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개막된 ‘CTIA Wireless 2003’의 공식 기관지에 실린 칼럼 제목이다. 전 세계적으로 불황의 먹구름이 짙게 덮여있지만 기업들은 첨단기술과 제품으로 고객을 사로잡는 것이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미국-이라크전 발발 직전 올해 정보기술(IT) 관련 흐름을 한눈에 보여줄 전시회가 독일과 미국에서 열렸다. 12일부터 19일까지 독일 하노버에서 세빗(CeBit)이, 17일부터 19일까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CTIA가 진행됐다.

두 전시회의 가장 큰 흐름은 한 마디로 ‘이동통신 기기의 멀티미디어화’였다.

▽더이상 전화기가 아니다=단순 통화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는 이제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카메라폰을 비롯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가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핀란드 노키아가 야심차게 선보인 ‘N게이지’가 대표적이다. N게이지는 뭐라 딱히 정의내리기 어려운 제품이다. 게임기와 휴대전화, MP3플레이어 등이 한 데 결합됐다. 가운데 화면이 달려있고 양 옆에 버튼이 붙어 있어 마치 우주선의 조종간을 연상시킨다. 노키아측은 일본 세가 등 게임업체와 연합해 N게이지 전용 게임을 공급할 계획이어서 플레이스테이션을 내놓은 소니와 X박스의 마이크로소프트를 긴장시키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시장에 선보일 예정.

소니-에릭슨의 ‘P800’ 역시 전화 기능 외에 디지털 카메라, 동영상 플레이어, MP3 플레이어 기능이 더해졌다. 컬러 터치 스크린을 채택했고 3차원 입체 게임 기능도 갖췄다.

삼성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던 제품은 단연 ‘매트릭스 폰’이었다. 이 제품은 개봉을 앞둔 영화 ‘매트릭스2’에서 주인공인 키아누 리브스 등이 소품으로 활용한다. 검은 색의 독특한 디자인에 40화음을 지원한다. 영화가 개봉될 5월경 미국 시장에 먼저 선보이고 이어 국내에도 들어올 예정이다. LG전자 제품 가운데에선 3세대(3G) 휴대전화(모델명: U-8100)가 30만 화소급 내장형 카메라를 장착하는 등 고성능으로 주목을 끌었다.

▽첨단 디스플레이=일본 샤프는 별도의 3차원 안경을 쓰지 않아도 3차원 입체로 영상을 보여주는 모니터를 선보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모니터는 화면에 빛을 쏘는 방향을 조절해 보는 사람의 양쪽 눈에 각각 다른 빛이 보이게 하는 기술을 사용했다고 한다. 샤프 관계자는 “오랜 시간 보아도 눈에 피로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상이 보다 현실감 있게 보이기 때문에 광고판이나 컴퓨터 게임 등에 많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코닥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를 채택한 디지털카메라를 내놓았다. OLED는 별도로 빛을 쏘아주는 장치가 필요없기 때문에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보다 더 얇게 만들 수 있고 훨씬 밝으며 전력 소모도 적은 게 특징.

▽노트북은 커지고, 데스크톱은 작아지고=컴팩의 ‘프리자리오 3000’ 시리즈는 데스크톱 PC 못지않은 성능에 16인치 대형 화면이 붙어있다. 노트북의 16인치 화면은 17인치 데스크톱 모니터 정도의 느낌을 준다. 회사측은 “화면이 크고 동작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 영화나 게임을 더욱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노트북은 2.4GHz 펜티엄4 프로세서를 채택했다. 도시바의 ‘새틀라이트 1955-S801’ 역시 2.2GHz 펜티엄4 프로세서에 16인치 화면을 자랑하는 모델.

이에 비해 데스크톱은 ‘다이어트’ 중이다.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와 슬림 PC를 결합시켜 사무실 공간을 절약하려는 것이다.

델의 ‘옵티플렉스 SX260’는 지난해 첫선을 보일 때 “지금껏 나온 델의 제품 가운데 가장 작고 가장 유연한 컴퓨터”라는 찬사를 들었던 모델. 이 제품은 크기가 일반 PC의 절반 수준이다.

IBM의 ‘넷비스타 S42’ 역시 기존 제품보다 64%나 몸집을 줄여 웬만한 사전 정도의 크기다. 업계에선 몸집을 줄인 슬림 PC들이 은행이나 소매점, 학교, 병원 등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노버(독일)·뉴올리언스(미국)=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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