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폭탄, 테러 악용될라…전자장비 무력화 신종무기

  • 입력 2003년 3월 18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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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폭탄이 도시에서 폭발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사진제공 포퓰러 미캐닉스
e폭탄이 도시에서 폭발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사진제공 포퓰러 미캐닉스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처음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 e폭탄이 테러에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e폭탄은 전자기 펄스(EMP·Electromagnetic Pulse)로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고 상대방의 전자장비를 무력화하는 신종 무기. 전자기 펄스 방출장치로 이뤄진 e폭탄은 크루즈미사일에 탑재돼 적진 상공으로 날아간다. 미국은 e폭탄으로 이라크 내의 통신망과 레이더를 망가뜨려 개전 초기에 이라크의 눈과 귀를 멀게 하려고 한다.

문제는 e폭탄이 도시에서 폭발하면 텔레비전, 형광등, 자동차, 컴퓨터, 휴대전화 등 반도체로 작동하는 전자기기는 모두 망가져 100년 전의 세상으로 되돌아간다는 점이다. 이 무기에서 나오는 강력한 전자기 펄스가 안테나와 전력선을 타고 이동해 민간, 군사용 가리지 않고 수백m 내의 전자장치를 모두 파괴할 수 있다.

e폭탄의 원리는 1925년 물리학자 콤프턴이 발견했다. 고에너지 상태의 빛(광자)을 원자번호가 낮은 원자에 쏘면 전자를 방출한다는 것이 ‘콤프턴 효과’다. 이 원리를 이용해 e폭탄 내부에서 초기 전자기 펄스가 만들어지고, 이를 수천만 암페어의 강한 전자기 펄스로 압축하는 것이 ‘플럭스압축장치(FCG)’다. 전자기 펄스가 지면으로 발사돼 반도체를 강타하면 반도체는 마치 전기판에서 프라이되듯 가열돼 파괴된다.

미국이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FCG이다. 미국의 e폭탄은 초전도자석을 이용해 만든 최첨단 폭탄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첨단기술 없이도 기본적인 FCG를 만들 수 있다. 호주의 첨단무기 전문가인 카를로 콥은 “1940년대 기술로 e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대중과학잡지 ‘파퓰러 미캐닉스’는 기본적인 e폭탄은 400달러 정도면 만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1958년 태평양 상공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했을 때 방출된 감마선이 대기 중 산소와 질소를 때리면서 마치 파도처럼 전자기 펄스를 만들어내 수백㎞ 떨어진 곳에 영향을 미쳤다. 하와이에서는 가로등이 모두 꺼졌고 호주에서도 무선항해에 지장을 받았다. 미국은 이때부터 전자기 펄스 무기를 개발했다.

인도군은 파키스탄이 인도의 실리콘밸리인 방갈로르를 e폭탄으로 공격할지 모른다며 이에 대비해 FCG 장치를 연구하고 있다. 인도군의 연구에 따르면 전자기 펄스는 폭발 뒤에도 ‘시간 지연 효과’가 나타나 15분 뒤까지도 전력선이나 통신망을 따라 전기 충격이 이어졌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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