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사이트 ‘가짜 명품’ 버젓이 거래

  • 입력 2003년 3월 14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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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명품이 공신력 있는 대형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유명 인터넷 포털업체인 ‘Y’사가 운영하는 경매사이트를 통해 1억5000만원 상당의 가짜(속칭 ‘짝퉁’) 럭셔리 브랜드 시계를 판매한 혐의(상표법 위반)로 대학 휴학생 박모씨(28·부산 중구)에 대해 1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2001년부터 이 포털의 경매사이트에 ‘스마일 워치’라는 사이버 상호를 등록해 놓은 뒤 ‘롤렉스’ ‘카르티에’ ‘불가리’ 등 유명 상표를 부착한 모조품 850점을 10만∼20만원씩 받고 택배로 판매해 왔으며 무상수리까지 했다.

박씨는 그러나 이 인터넷 포털에 물품을 등록할 때 포털측으로부터 아무런 사전심사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물품을 게시하지 않겠다’는 이용자 약관이 있긴 하지만 실제 상품등록 과정에서는 아무런 제약도 없었다는 것.

개인간 물품거래가 가능한 인터넷 포털의 ‘경매사이트’는 메이저급 5, 6곳을 포함해 50여곳 이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시계 가방 향수 등 명품 잡화류가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가 수백만원대에 이르는 명품들이 턱없이 낮은 가격에 나오고 있다면 대부분 가짜 상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상거래를 이용하는 김윤미씨(23·대학생)는 “유명 사이트의 경우 그 지명도를 믿고 물품을 거래한다”며 “이월품이나 하자품 혹은 유통과정에서 마진이 줄어든 것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100% 가짜를 판매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 포털업체들은 ‘매도인과 매수인간의 거래에 대해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으며 내용물에 대한 책임을 사용자가 진다’는 사용자 약관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Y포털사이트 관계자는 “모니터 요원을 두고 불량 물품이 거래되는지를 감시하지만 사전에 물품 전체를 일일이 검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은우(李殷雨) 전자상거래전문 변호사는 “약관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으면 업체측에 법적인 책임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이기헌(李耆憲) 사이버정보운영팀장은 “온라인상에 올라온 사진만을 보고 진품 여부를 식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개인간에 거래를 하는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는 가급적 명품 구입을 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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