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휴대전화를 ‘전화’로만 사용하고 있는 동아일보 문화부 송평인 기자(37)와 최신형 휴대전화를 통해 뮤직비디오 등 새로운 서비스를 자유롭게 즐기고 있는 SK텔레콤 박민진 과장(31)이 만나 휴대전화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송평인 기자=저처럼 휴대전화를 통화하는 데에만 사용하려는 사람에게는 비싼 컬러 휴대전화가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휴대전화를 구입 한지 2년이 넘어 교체하려고 하는데 막상 흑백액정 휴대전화는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저는 요즘 불만이 많습니다.
▽박민진 과장=그 부분은 휴대전화 제조사가 고민해야 할 것 같은데요.(웃음) 그런데 실제로 송 기자처럼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요. 마치 과거 워드 기능만 있던 컴퓨터가 다양한 기능이 있는 컴퓨터로 바뀐 것처럼 말입니다. 휴대전화 제품도 그런 추세입니다.
▽송=요즘 카메라폰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기능들이 휴대전화 가격만 올려놓았지 실제로 큰 소용이 있나요. 전화가 ‘전화 기능’에 충실해야지….
▽박=저는 얼마 전 미장원에서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난 다음 카메라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친구에게 보내 반응을 살폈습니다. 보내는 순간의 그 ‘느낌’을 공유합니다. 그것은 음성통화에서는 느낄 수 없어요. 저는 친구와 전화하면서도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가 있어요. 느낌이 다르거든요. 그런데 사진을 보내는 것은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지요.
▽송=(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으며) 발전, 좋습니다. 그러나 휴대전화가 큰 화면을 가진 텔레비전을 대신할 수 있나요? 또 아무리 파일을 자유롭게 보낸다고 해도 PC의 용량을 당해낼 수는 없어요. 텔레비전이나 PC를 쫓아가기보다는 전화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 않나요.
▽박=휴대전화는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휴대전화는 PC나 TV가 아닌 개인 미디어를 지향하고 있어요. 음성과 문자에 영상까지 추가된 휴대전화는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이 점은 결코 TV나 라디오, 컴퓨터가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송=발전하는 것도 좋습니다. 또 국내 소비자가 이처럼 새로운 것을 좋아하니까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이 좋아진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30대 후반을 넘긴 사람에게는 계속 새로운 기능을 배워야 한다는 게 스트레스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해 과거의 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공급하는 방안은 거론이 안되나요.
▽박=실제로 고객들의 요구수준은 높아요. 방금 송 기자가 말한 것과는 반대입니다. 휴대전화를 바꿀 때에는 항상 좀 더 좋은 기능이 없는지를 꼭 물어봐요.
▽송=저는 현재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가 2번째 휴대전화입니다. 박 과장은 몇 번째 휴대전화인가요.
▽박=(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으며)저는 이번이 5번째인데요.
▽송=결국 박 과장과 저와의 차이는 2번째와 5번째 차이라고 할 수 있네요. 그렇지만 오늘 저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리=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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