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용자-'첨단'이용자 휴대전화 논쟁

  • 입력 2003년 1월 5일 1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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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과 KTF가 각각 ‘준(JUNE)’과 ‘핌(fimm)’으로 브랜드화 한 제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휴대전화 이용 방식 차이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새로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왔던 소비자들과 휴대전화를 주로 음성통화로만 사용해왔던 사용자간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

여전히 휴대전화를 ‘전화’로만 사용하고 있는 동아일보 문화부 송평인 기자(37)와 최신형 휴대전화를 통해 뮤직비디오 등 새로운 서비스를 자유롭게 즐기고 있는 SK텔레콤 박민진 과장(31)이 만나 휴대전화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송평인 기자=저처럼 휴대전화를 통화하는 데에만 사용하려는 사람에게는 비싼 컬러 휴대전화가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휴대전화를 구입 한지 2년이 넘어 교체하려고 하는데 막상 흑백액정 휴대전화는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저는 요즘 불만이 많습니다.

▽박민진 과장=그 부분은 휴대전화 제조사가 고민해야 할 것 같은데요.(웃음) 그런데 실제로 송 기자처럼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요. 마치 과거 워드 기능만 있던 컴퓨터가 다양한 기능이 있는 컴퓨터로 바뀐 것처럼 말입니다. 휴대전화 제품도 그런 추세입니다.

▽송=요즘 카메라폰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기능들이 휴대전화 가격만 올려놓았지 실제로 큰 소용이 있나요. 전화가 ‘전화 기능’에 충실해야지….

▽박=저는 얼마 전 미장원에서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난 다음 카메라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친구에게 보내 반응을 살폈습니다. 보내는 순간의 그 ‘느낌’을 공유합니다. 그것은 음성통화에서는 느낄 수 없어요. 저는 친구와 전화하면서도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가 있어요. 느낌이 다르거든요. 그런데 사진을 보내는 것은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지요.

▽송=(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으며) 발전, 좋습니다. 그러나 휴대전화가 큰 화면을 가진 텔레비전을 대신할 수 있나요? 또 아무리 파일을 자유롭게 보낸다고 해도 PC의 용량을 당해낼 수는 없어요. 텔레비전이나 PC를 쫓아가기보다는 전화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 않나요.

▽박=휴대전화는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휴대전화는 PC나 TV가 아닌 개인 미디어를 지향하고 있어요. 음성과 문자에 영상까지 추가된 휴대전화는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이 점은 결코 TV나 라디오, 컴퓨터가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송=발전하는 것도 좋습니다. 또 국내 소비자가 이처럼 새로운 것을 좋아하니까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이 좋아진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30대 후반을 넘긴 사람에게는 계속 새로운 기능을 배워야 한다는 게 스트레스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해 과거의 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공급하는 방안은 거론이 안되나요.

▽박=실제로 고객들의 요구수준은 높아요. 방금 송 기자가 말한 것과는 반대입니다. 휴대전화를 바꿀 때에는 항상 좀 더 좋은 기능이 없는지를 꼭 물어봐요.

▽송=저는 현재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가 2번째 휴대전화입니다. 박 과장은 몇 번째 휴대전화인가요.

▽박=(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으며)저는 이번이 5번째인데요.

▽송=결국 박 과장과 저와의 차이는 2번째와 5번째 차이라고 할 수 있네요. 그렇지만 오늘 저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리=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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