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진단]김태한/‘IT강국’ 무색한 숙박업소

  • 입력 2002년 7월 15일 16시 27분


김태한·경제부
김태한·경제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백이면 백,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보고 깜짝 놀란다. 2002월드컵을 지켜본 외국인 대부분은 ‘한국의 4강 신화’와 ‘응원문화’에 더해 ‘정보기술(IT) 월드컵’을 인상 깊었던 점으로 꼽았다.

6월 말 현재 한국의 인구대비 유선전화 보급률은 50%, 휴대전화 보급률은 63%에 이른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도 850만 가구로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최고다. 휴대전화 업체들은 올들어 세계에서 가장 먼저 3세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서비스를 시작해 ‘주머니 속의 초고속인터넷’ 시대를 열었다.

IT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3%,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한국 경제의 중심축이자 성장의 원동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도 이런 인프라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전국 어디에서나 휴대전화가 뻥뻥 뚫리고 언제든지 초고속인터넷 PC를 쓸 수 있는 PC방이 널려있는 곳이 지구상에 한국 말고 또 있을까.

올 들어서는 지하철, 공항, 카페, 은행, 대학 등 공공장소에서 무선랜 카드로 11Mbps 속도의 초고속인터넷을 쓸 수 있는 무선랜 서비스가 나오더니 이를 휴대전화와 통합한 상품도 곧 나올 전망이다.

그러나 숙박업소의 정보화로 시선을 돌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월드컵 기간에 월드컵 개최지를 돌아본 기자는 여관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 객실에서 전화선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IT 강국’ 한국의 평균적인 모습과는 너무나 판이했다. 월드컵 현장에서 만난 외국기자들도 “요금을 받으면 되는데도 시외전화나 국제전화를 걸 수 없도록 막아놓은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올 여름 휴가철에도 전국의 숙박업소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은 같은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영세한 숙박업소들이 단기 투숙객의 전화요금 계산을 기피한다면 통신업체가 바로 통신요금을 알려주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곳곳에 남아있는 ‘정보화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야말로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진정한 ‘IT 강국’으로 인정받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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