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발명품경진대회 대통령상 '자전거 ABS'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45분


안전한 자전거를 발명해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진영 군과 지도교사 황욱씨. [사진제공 국립중앙과학관]
안전한 자전거를 발명해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진영 군과 지도교사 황욱씨. [사진제공 국립중앙과학관]
“발명반 친구들과 함께 회사를 차려 벤처사업가가 되는 게 꿈입니다.”

경남 김해시 경원고 3학년 김진영군이 발명한 ‘내리막길에서 속도가 자동 조절되는 안전 자전거’는 자전거 속도를 감지해 비탈길에서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사촌 동생이 자전거를 타다 다쳤습니다. 내리막길에서 차가 오는 것을 보고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가속도 때문에 잘 작동이 안 됐지요. 그래서 안전 감속 브레이크 시스템을 고안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전거에는 바퀴의 회전 속도를 감지하는 광센서가 달려있다. 이 센서는 바퀴에 120도마다 붙여놓은 검정색 테이프의 회전운동을 감시한다. 광센서는 바퀴의 회전이 일정 속도 이상이 되면 원통형 전자석인 솔레노이드에 지시를 내려 자동적으로 3∼4초마다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자전거에 ABS 브레이크를 단 것과 마찬가지다.

“솔레노이드를 작동시킬 9V의 전기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자전거에 붙어있는 자가발전기는 6V여서 부족했죠. 부품을 구하러 서울의 전자상가를 뒤지고 3달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트랜지스터를 이용해 6V의 전력을 9V로 증폭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손재주 좋은 김 군에게 발명시간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고 3 학생으로서 입시 부담이 늘 마음을 어둡게 했다. 발명에 빠질수록 성적도 내려갔다. 하지만 이번에 대입 특차전형 입학 자격을 거머쥐게 돼 고민에서 해방됐다.

김 군의 작품을 지도한 황욱 교사는 경남 유일의 ‘발명 전담 교사’이다. 그는 특허법에 대해 박사논문까지 쓴 법대 출신으로, 원래 사회 교사였지만 발명 지도를 위해 입시학원에서 물리, 화학 등을 독학하기도 했다. 그동안 출원한 특허 등이 16개나 된다. 김 군 등 경원고 발명반 35명의 학생은 매일 아침 한시간 일찍 나와 황 교사의 지도 아래 브레인 스토밍을 했고, 저녁 때도 공작실에서 밤늦게까지 작품을 만들었다.

황욱 교사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가정에서 발명반 활동을 못하게 한다. 하지만 발명만큼 창의적인 교육은 없다”며 “성적과 학력 위주로는 교육의 위기를 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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