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컴팩과 합병하자”“말자” HP경영자-社主‘勢싸움’

  • 입력 2002년 2월 6일 17시 58분


컴퓨터업체 휴렛팩커드(HP)와 컴팩 컴퓨터의 합병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9월 합병 추진 발표 직후 제기된 찬반 논란은 5일 HP가 다음달 19일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 여부에 대한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합병 찬성파를 이끌고 있는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은 5일 주주총회 날짜가 공표된 직후 HP의 기관투자가들과 회동을 갖고 비용절감 등 합병이 가져올 장점들을 설득했다.

HP 설립자의 아들로 반대 세력을 대표하는 월터 휴렛은 이에 질세라 투자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합병에 반대표를 던져 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합병 논란은 기업의 설립자 집안과 전문경영인이 격돌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 재계의 커다란 관심을 모으고 있다.

HP를 세운 윌리엄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의 자녀들로 구성된 합병반대세력은 HP 총주식의 18%를 보유한 최대 주주. 이들은 서버 사업이 강한 컴팩과 합병할 경우 HP의 최대 수익분야인 프린터 사업이 약화될 수밖에 없으며 과거 컴퓨터 분야의 합병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

월터 휴렛은 1일 인터넷 사이트 ‘votenohpcompaq.com’을 개설해 합병 반대 운동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데이비드 팩커드 2세는 지난달 2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합병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이 같은 합병 반대 움직임에 대해 피오리나 회장은 합병을 통한 중복사업 정리 등으로 25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피오리나 회장도 합병 반대파에 대한 반대 사이트인 ‘votethehcway’를 개설했다.

여기에 1일 유럽연합(EU)이 HP-컴팩 합병에 승인 결정을 내린 것과 컴팩의 4·4분기 매출이 큰 상승세를 보인 것도 피오리나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지는 3월 주주총회까지 양대 진영이 투자자들을 상대로 치열한 설득전을 전개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최근의 흐름으로는 HP의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찬성쪽으로 기울어 피오리나 회장이 상승세라고 분석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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