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경남 합천 분지 차별침식 아닌 운석충돌"

  • 입력 2001년 11월 1일 18시 58분


경남 합천군의 분지가 운석 충돌로 만들어졌을지 모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최광선, 이상원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26일 경북대에서 열린 지질학회 학술발표회에서 경남 합천군 초계면과 적중면 일원의 동서 약 8㎞, 남북 약 5㎞ 크기의 분지가 운석 충돌로 생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현리의 속칭 ‘펀치볼’ 지역과 인제군 방태산의 분지가 운석 충돌로 생성됐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지질학자들은 이들 분지는 기반암인 편마암 밑으로 화강암이 뚫고 들어온 뒤 상대적으로 침식에 약한 화강암이 침식되는 이른바 ‘차별침식’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반면 합천군의 분지는 지질 조사 결과 기반암이 퇴적암으로 돼 있으며 화강암이 뚫고 들어온 흔적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차별침식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상원 교수는 “운석충돌로 지금보다 작은 분지가 생긴 뒤 점차 침식이 일어나면서 지금과 같은 규모가 됐을 것”이라고 추정하면서도 “기반암이 약 1억3500만년 전부터 약 6500만년에 이르는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됐다는 것 외에 정확한 충돌 시기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분지 중심부의 중력이 주변보다 더 낮게 나온 점도 운석 충돌의 가능성을 높여줬다. 운석이 충돌하면 그 충격으로 지하 기반암이 깨져 빈 공간이 형성된다. 그 결과 밀도가 낮아져 중력값이 주변보다 작게 나온다는 것. 농업진흥공사의 시추에서도 지하 200m까지 암반의 깨진 부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분지에는 물이 풍부한데 합천 분지는 규모에 비해 물이 적은 것도 주변에서 유입된 물들이 지하 암반의 균열부분으로 스며든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안동대 황상구(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운석 충돌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운석이 발견돼야 한다”며 “아직은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구팀 역시 이번 연구는 지질조사와 중력자료 해석에만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보다 확실한 증거를 얻기 위해서는 탄성파 탐사나 시추 등을 포함한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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