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에 '인터넷 코리아' 심었어요"

  • 입력 2001년 9월 20일 13시 57분


“중국에서는 소프트웨어 CD 1장을 한국돈 700원에 살 수 있어요. 불법복제판이지요. 16MB메모리에 386수준인 컴퓨터로는 감당도 못할 윈도 최신버전이 깔려 있더군요.” 오창현(23·한양대 경제학과)

“인도 푸네시 USB대학 전산실은 1개월전 문을 열었지만 한국의 94년 수준이에요. 인터넷실습을 할 수 없을 정도여서 아예 근처 PC방을 10일간 임대해 교육장으로 썼죠.” 김상영(31·대우인터내셔널 SI비즈팀)

“필리핀은 유선인프라는 엉성하지만 국민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쓸 정도로 무선이 발달했어요. 한국의 나모웹에디터에도 관심이 많더군요.” 김정연(21·숭실대 컴퓨터공학과)

미국의 젊은이들이 ‘평화봉사단’으로 세계를 누볐다면, 한국의 젊은이들은 ‘인터넷봉사단’으로 세계를 누비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7월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을 구성, 20개국 48개지역에 총 61개팀(175명)을 파견했다. 이달 10일 마지막팀이 캄보디아에서 돌아오면 다음달 해단식을 가질 예정. 협회가 경비를 지원했지만 모든 준비는 단원들이 각자 ‘알아서’ 했다.

김정연씨는 보름간 필리핀 마닐라의 ‘올티거스’에서 IT전문대학인 CCP대학생 200여명과 세미나를 갖고 12명의 고등학생에게 홈페이지 제작을 가르쳤다.

“12명 중 e메일을 쓰는 학생이 전혀 없었어요. 각자 e메일주소와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업로드가 안되더군요. 한국에 와서 저희가 등록해줬어요.” 필리핀 중소기업들의 컴퓨터는 ‘컴퓨터바이러스의 전시장’이라고 할 만큼 여러종류의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된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여름휴가를 털어 인도 푸네시를 다녀온 김상영씨는 USB대학원생 40명에게 인터넷을 가르쳤다.

“인도는 연간수출액이 250만달러가 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약 200개인 IT강국입니다. 하지만 컴퓨터 보급률과 인터넷 이용률은 낮아요. 10억인구 중 인터넷인구는 360만명에 불과했어요. ”

오창현씨는 중국 선양의 조선족 사립대학인 발해대에서 계산기학과 학생 13명을 가르쳤다.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가 2대뿐인데 속도가 느려 쓸 수 없었어요. 읍내에 PC방이 두 개쯤 있지만 스타크래프트 같은 네트워크게임은 불법이라 단속대상이더군요.”

봉사자들은 한국의 IT 발전과정에 대한 개발도상국들의 관심이 ‘새마을운동 따라배우기’와 비슷한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오씨는 “조선족 선생님들에게 인터넷 특강을 했는데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치기에 이렇게 잘하느냐’며 교재를 보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필리핀 사람들도 한국의 IT 발전과정을 궁금해했다”고 전했다. 봉사자들은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남겨준 것이 보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인터넷기업협회(www.kinternet.org)는 이번 활동이 큰 결실을 거두었다고 보고 인터넷봉사단을 정기적으로 파견할 방침이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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