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바다 저작권침해 파장]'온라인 정보공유'억압 논란

  • 입력 2001년 8월 12일 18시 41분


네티즌과 음반업계의 충돌로 시작된 ‘한국판 냅스터 사건’, ‘소리바다’의 저작권 침해 사건 1라운드는 고소인인 한국음반산업협회의 승리로 끝났다.

온라인상에서도 음악 등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오프라인에서와 같이 보호돼야 한다는 고소인의 주장에 대해 소리바다측과 다수 네티즌들은 온라인상의 ‘정보 공유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고 맞섰지만 검찰은 음반산업협회측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의 이번 결정은 인터넷 상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P2P(Peer to Peer)’프로그램이라도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한 위법이라는 첫 사법적 판단이다.

▽쟁점과 판단〓비록 사이버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은 저작권법의 기초.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네티즌들이 ‘P2P’프로그램을 통해 각자가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저작물을 교환하는 것까지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는지가 최대의 쟁점이었다.

검찰의 판단을 쉽게 설명하면 “피카소의 그림을 산 사람은 이를 집에 걸어 두고 감상할 권리는 있지만 사진으로 찍어서 배포할 권리는 없다”는 것. 특히 인터넷상에서는 언제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더욱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순히 개인과 개인이 하나의 파일을 주고받을 때 생기는 저작권의 침해는 무시할 수 있지만 이들이 하나둘 뭉치면 집단적인 저작권 침해가 발생한다는 ‘물방울 효과’도 판단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회원 1명이 다른 회원 5명을 통해 5개의 MP3 파일을 전송받아 사용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회원이 450만명을 넘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는 것.

그러나 검찰이 고소 후 7개월이 넘도록 처리를 미뤄온 것은 법 논리 외의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술의 진보에 따른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역효과가 있을 수 있으며 국가 기관인 검찰이 이같은 걸림돌이 됐다는 오해를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현실적으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서비스를 이용해 온 450만명의 이용자를 처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방조’의 책임을 물어 소리바다만 처벌한다는 것은 ‘형평성’시비를 부를 수 있다.

검찰은 양측의 합의와 고소 취소를 기다려왔으나 무산됐던 것이다.

▽파장과 전망〓검찰 관계자는 “기소했다는 이유로 사이트를 강제 폐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그동안 소리바다 살리기 운동을 벌여온 네티즌들의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형사 처벌에 이어 사이트 폐쇄 조치가 내려질 경우 디지털 콘텐츠 유통기술 개발에 찬물을 끼얹고 국내 MP3 플레이어 산업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법정에 서게 된 소리바다 운영자 양정환씨는 12일 “검찰의 논리대로 하면 검색 전문 대형 포털사이트들도 모두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며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적정한 수준에서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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