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라이프]서울대병원학교 인터넷교실 인기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30분


여섯 번째 항암치료를 마치고 퇴원하는 날. 정준이는 퇴원수속 중 짬을 내 엄마와 ‘병원학교’를 찾았다.

입원해 있는 동안 몸상태가 괜찮은 날이면 찾던 곳.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 7층에 마련된 병원학교다. 정준이는 이곳에서 그림공부와 컴퓨터 하기를 즐겼다. 만4세로 컴퓨터를 혼자 다루기에는 아직 어리지만 선생님과 함께 마우스를 만지작거리며 화면을 보았다.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할 나이에 병에 걸린 정준이는 병원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컴퓨터를 배우는 것을 신나했다. 다음달 일곱 번째 항암치료를 받으러 입원하면 정준이는 또 병원학교 학생이 될 것이다.

병원학교는 장기입원으로 학교를 꾸준히 다니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마련됐다. 주로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미술 음악 영어 등을 가르친다. 서울대병원학교에 올2월부터 컴퓨터·인터넷 시간이 생겼다.

온라인교육업체 ‘와이즈캠프’(www.wisecamp.com)는 서울대병원학교에 교육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매일 한시간씩 와이즈캠프 선생님이 병원학교에 와서 4대의 컴퓨터로 아이들과 공부를 한다. 대상은 미취학 아동에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

오래 입원하면 학교 과목을 건너뛰는 경우가 다반사. 병원학교의 컴퓨터 교실은 부족하거나 관심있는 부분을 인터넷으로 채울 수 있어 아이들과 부모에게 호응이 좋다.

학과공부 뿐 아니라 와이즈캠프 커뮤니티에 들어가 e메일도 주고받고 클럽도 만든다. 인기있는 클럽은 포켓몬 디지몬 등 캐릭터 클럽. 캐릭터 그림을 받아오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노래를 듣기도 한다. 조금만 알려주면 아이들 인터넷 실력은 몰라보게 는다. 어느새 수준급이 돼 알아서 자료도 척척 찾는다.

와이즈캠프 강사 김선미씨(21)가 만나는 아이들은 하루에 대략 15명정도. 하지만 건강상태 때문에 꾸준히 오기는 쉽지 않다.

“어린 나이에 큰 병으로 고생을 하다보니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으려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뭔가 하고 싶어도 몸이 아파서 못하니까 속상해하는 아이들보면 마음이 아프죠.” 김씨는 “본의아니게 교육에서 소외된 아이들에게 인터넷은 소중한 도구가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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