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섹션]벤처CEO들의 E메일 ID…개성이 '톡톡'

  • 입력 2001년 4월 1일 18시 52분


늦은 밤까지 일하다 새우잠을 자고 출근한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그가 아침잠을 깨우는 커피향과 함께 시작하는 첫 번째 일은 뭘까?

10명중 7, 8명은 E메일을 확인하는 게 하루일과의 시작. 빠른 정보와 결단이 벤처기업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E메일 주소에는 서버(회사)이름과 함께 사이버 공간에서 ‘또 하나의 이름’ 역할을 하는 메일ID가 들어간다. 이 이름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개개인의 취향과 경력이 드러나기도 한다.

국내 벤처업체 CEO들은 어떤 E메일 ID를 사용하고 있을까. 대표적인 벤처 사장들의 ‘전자우편함 문패’를 살펴보자.

▽평범형〓 부모가 지어주신 이름이 ‘최고’. 가장 많은 CEO들이 사용하는 ID 형태. 약간 고루한 냄새를 풍기지만 요즘은 나름대로 여러 유형이 생겼다. 라이코스코리아 가종현 사장의 ‘jkah’와 새롬기술 오상수 사장의 ‘ssoh’ 처럼 ‘이름 머리글자+성’이 가장 인기.

인텔코리아는 김명찬 사장(mc.kim) 이하 전직원이 ‘이름 머리글자.성’ 형태의 메일ID를 쓴다. 이것은 전세계 인텔 지사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룰. ‘통일성과 일사불란함’을 강조하는 인텔의 기업철학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버추얼텍 서지현 사장(jihyun)과 드림위즈 이찬진 사장(chanjin)은 성을 빼고 이름만을 사용한다. 최근 이사로 물러난 나모인터랙티브 박흥호 전 사장의 ID는 성과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딴 ‘hopark’. 읽으면 ‘호박’이 되는 재미있는 경우다. 벤처 홍보대행사 드림커뮤니케이션 이지선 사장은 ‘easysun’을, 안철수연구소 안철수사장은 ‘dr.ahn’을 사용해 나름대로 센스를 드러낸다.

▽‘회사 사랑’형〓 네띠앙 홍윤선 사장의 ID는 ‘neonetian’이다. 99년 네띠앙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새로운 네띠앙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아 ‘neo(새로운)’를 덧붙였다. 게임리그업체 PKO의 임영주 사장은 회사 이름을 그대로 딴 ‘pko’, 아시아벤처캐피털 서동표 사장은 회사명과 자신의 이름을 결합한 ‘asiasdp’를 ID로 사용중이다.

▽‘내가 바로 사장이오’형〓 한글과 컴퓨터 전하진 사장은 ‘ceo’, 핸디소프트 안영경 사장은 지도자를 나타내는 ‘kahn’을 메일ID로 쓴다. 인츠닷컴 이진성 사장은 디지털이미지를 강조한 ‘eceo’다. ‘지배욕구가 강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해당업체 직원들은 그저 사람들이 알기 쉽게 만든 것일 뿐이라고 설명.

▽톡톡튀는 개성형〓 인터넷 방송서비스 업체인 캐스트서비스 홍성구 사장은 ‘composer(작곡가)’를 쓴다. 서울대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때문. 등산이 취미인 나우누리 문용식 총괄이사의 ID는 ‘greenmoon’. 문이사의 나우누리 ID는 ‘자연인’으로 자연이라는 주제가 일관된다. 게임 개발업체 지웍스의 예석준 사장은 ‘행복한 나’란 의미의 ‘happyi’를, 한게임 김범수 사장은 무엇이든 심사숙고하자는 뜻에서 ‘profound(심오한, 깊은)’를 사용한다고. 이셀피아 윤용 사장의 ID는 ‘okbary’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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