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IMT '선발주자' 다툼

  • 입력 2001년 3월 2일 18시 22분


세계 최초의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상용화 국가는 한국인가, 일본인가. IMT―2000의 ‘최초’ 상용화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IMT―2000 상용화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조차 일본이 가장 빠르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 일본은 5월 NTT도코모가 비동기식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전세계 IMT―2000 비동기 사업자중 가장 스케줄이 빨라 국제무대에서 최초 상용화국으로 통하고 있다.

하지만 동기식 시장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국은 SK텔레콤을 비롯한 사업자들이 이미 지난해 말부터 동기식 IMT―2000 서비스를 실시했다. 기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서비스의 전송속도를 144kbps 수준으로 높인 ‘CDMA 2000 1X(IS―95C)’서비스가 그것.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지난해 이 서비스를 IMT―2000서비스로 공인한 바 있다. 일본이 도입하는 비동기식 IMT―2000서비스의 경우 최대 속도가 384kbps이고 실제 서비스는 144kbps수준에서 제공될 예정이어서 국내 서비스와 내용면에서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IMT―2000 최초 상용화국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빠진 이유는 기술표준 논란 때문. 정부는 그동안 동기식 사업자 선정을 염두에 두고, 기존 사업자들이 이미 상용화한 ‘CDMA 2000 1X’가 IMT―2000과는 다르다고 주장해 왔다. 강력한 동기식 사업자 선정을 통해 기존 CDMA산업 기반을 활용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뜻에서였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생각에 최근 변화가 생기면서 논란에 불이 댕기고 있다. 안병엽(安炳燁) 정보통신부장관은 최근 동기식 사업자 선정 일정 연기를 발표하면서 “동기식 산업은 기존 CDMA서비스의 향상을 통해 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2.5세대 CDMA 서비스를 정식 IMT―2000 서비스로 인정할 뜻을 시사한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동기식의 경우 IMT―2000서비스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 국내 통신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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