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우먼 21]여성벤처CEO들의 현주소

  • 입력 2001년 2월 11일 18시 56분


벤처 비즈니스에 여성들의 도전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11일 현재 여성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314명. 전체 벤처기업 경영인의 3.55%에 불과하지만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벤처기업협회에 준회원으로 등록한 예비 창업자가 480명에 이르는 등 여성벤처기업인의 저변도 확대되고 있다.

▽세대 구분〓1세대 여성벤처인으로는 초대 여성벤처기업협회장을 맡았던 정희자 오토피스엔지니어링사장과 지난달 2대 회장으로 선출된 이영남 이지디지탈사장 등이 대표적. 두사람은 80년대부터 사업을 시작해 업계에 뿌리를 내렸다. 특히 이지디지탈은 지난해 매출이 240억원을 넘고 종업원수가 180명에 이르는 등 이미 벤처기업의 수준을 넘어섰다.

91년 사업을 시작, 여성벤처 2세대격에 해당하는 서지현사장은 작년 여성기업인 중 처음으로 버추얼텍을 코스닥시장에 등록시켜 주목을 받았다. 93년 3월 삼경정보통신을 창업한 김혜정사장과 96년 3월 대성메디테크를 창업한 이봉순사장도 2세대라고 할 수 있다.

3세대는 98년 이후 벤처붐을 타고 창업을 한 세대로 대부분의 여성벤처CEO들이 이 그룹에 속한다.

▽그들의 이력〓국내 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다 창업한 경우가 가장 많다. 이영남사장 윤정화휴먼아이브릿지사장 김이숙이코퍼레이션사장 이혜정오픈아이사장 김아현파소나기닷컴사장 송혜자우암닷컴사장 이영아컨텐츠코리아사장 강형자인터넷시큐리티사장 김희정사비즈사장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서지현사장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사업에 뛰어든 경우. 최근 20대 여성벤처 CEO중에는 이런 사례가 많지만 30, 40대에서는 극히 드물다.

노금선이카운트사장 김경희차림설계기술사장 등은 공인회계사 기술사 자격증을 가진 전문인의 이점을 살려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전용진포미나넷사장과 유경순 에버베이비사장은 이례적으로 주부에서 벤처기업인으로 변신했다.

▽그들만의 애환〓여성벤처인들은 아직 여성이 사업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김이숙사장은 “대부분의 영업을 술자리에서 해야 하는 등 남성 위주”라면서 “이런 점들이 여성CEO들에게는 불리하다”고 말했다.

윤정화사장의 경험담. “투자를 받기 위해 벤처캐피털을 방문했을 때 첫 질문이 ‘술마실줄 아느냐’였어요. ‘못 마신다’고 했더니 ‘술 못마시면 한국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면서 투자를 거절하더군요.”

이상경인터넷메트릭스사장은 “여성은 군대를 다녀온 것도 아니고 동창회에 나가봐도 대부분이 전업주부이기 때문에 사업에 필요한 인맥구축이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도 반드시 보증인으로 남편을 데려가야 하는 점도 여성들만 느끼는 불편함이다.

그러나 여성이라고 해서 반드시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지현사장은 “여성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기억을 잘 해줘 영업이나 마케팅에 도움이 될 때도 많다”면서 “오히려 ‘여자인데 꽤 잘하네’라는 반응만 얻어내면 사업하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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