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프라피룬' 왜 강했나?]해상접근 '위력'유지

  • 입력 2000년 9월 1일 18시 43분


제12호 태풍 ‘프라피룬’이 최대풍속 20∼30m의 거센 바람과 기상관측 이래 가장 강력한 최대 58.3m에 달하는 돌풍을 몰고 오면서 태풍의 위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동차가 뒤집어지고 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장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태풍이 가진 위력은 원자탄의 1만배 정도.

태풍은 북태평양 남서 해상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 중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의 폭풍우를 동반한 것을 말한다. 한해 평균 28∼30개 가량 생기며 이중 한반도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매년 평균 2, 3개 정도. 98년에는 2개, 99년 5개의 태풍으로 한반도가 몸살을 앓았다.

최근 한반도에 재난을 가져온 태풍들은 99년 7월의 ‘올가’, 98년 9월의 ‘예니’ 등에서 보듯 ‘바람’보다는 거센 ‘비’로 위협적인 면모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번 태풍은 ‘비의 신’이란 태국어 의미와는 달리 ‘바람’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이 분류한 ‘풍력계급표’에 따르면 초속 25m를 넘는 바람은 내륙 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 당연히 역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던 태풍 가운데서도 최고의 강도였다.

태풍이 꼭 재난만 가져오란 법은 없다. 올 들어 현재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끼친 제4호 카이탁과 제6호 볼라벤은 별다른 피해 없이 목마른 대지에 해갈을 가져온 ‘효자태풍’이었다.

반면 사망, 실종자만 30명에 이르게 한 프라피룬은 왜 이렇게 무서운 위력을 갖게 됐을까.

기상청은 “일본과 대만 등 내륙지방에 부딪히면서 이동하는 다른 태풍과 달리 주로 해상으로 경로를 밟아 추진력을 더한데다 북태평양 고수온대 현상으로 더욱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태풍은 열대 지방의 바다를 동력원으로 움직이며 한반도 도착 무렵이면 해수의 온도가 낮아져 강도가 떨어지는데 이번에는 수온이 높아 강도를 유지했다는 것.

그러나 프라피룬도 육지에 도착하면 기세가 꺾이는 태풍의 운명을 피하지는 못했다. 1일 오전 한반도 도착과 함께 중심기압이 975¤로 떨어지고 초당 40m를 넘었던 중심부근 최대풍속도 30m대로 하강하는 등 세력이 푹 꺾였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