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는 '과학' 숨쉰다…5℃숙성 50일께 맛 최고

  • 입력 2000년 6월 9일 19시 13분


우리 식탁에서 한끼도 빼놓을 수 없는 김치. 김치는 배추 무 오이 열무 등 채소류를 소금물에 절인 뒤 파 고추 마늘 생강 젓갈 등 갖가지 부원료를 첨가해 발효 숙성시킨 것이다.

김치가 익어가는(발효 숙성) 과정에서 인체에 이로운 젖산균이 증가하면서 병원성 미생물은 거의 사라진다. 또 김치속의 비타민C는 김치가 익었을 때 최대로 증가한다. 그 뒤 김치가 시어지면서 해로운 균이 다시 번식하고 영양분도 떨어지게 된다.

최근 김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김치의 과학’이 관심을 끌고 있다. 김치에 대해 밝혀진 것과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발효관여 젖산균 다양▼

▽김치와 미생물〓김치는 젖산 발효식품이다. 김치속의 젖산균은 채소류에 들어 있는 당을 젖산으로 바꾸어 김치맛을 산뜻하게 하고 또 해로운 균을 사멸시킨다. 김치가 익고 난 뒤 젖산균도 스스로 생산한 유기산에 견디지 못하고 사멸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김치속의 효모나 곰팡이가 다시 자라기 시작해 김치의 맛이 변한다. 즉 김치에서 군내가 나고 갈색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김치 발효에 젖산균이 작용하지만 젖산균의 종류도 다양하다. 초기 발효에 관여하는 젖산균은 류코노스톡크 메센테로이데스로 김치의 맛을 알맞게 한다. 중기와 후기에 등장하는 젖산균인 락토바실루스 플란타룸은 다른 해로운 균을 사멸시키지만 산을 과도하게 생산해 김치 산패의 원인이 된다.

온도가 높을수록 젖산발효가 빠르게 진행되고 소금물 농도가 높을수록-김치가 짤 수록- 젖산균 발효는 늦어진다. 밀폐된 곳에 보관하던 김치의 뚜껑을 열면 초산발효가 일어나 급격히 신 맛이 강해진다.

섭씨 5도에서 김치속의 젖산균과 일반 미생물의 변화는 ‘그래프1’과 같이 나타나고 있다.

젖산균은 김치가 완전히 숙성되는 50일까지 계속 증가하다가 그 이후 약간씩 감소하고 일반 미생물은 초기 10일까지는 약간 증가하다가 50일까지 감소한 뒤 그 뒤 급격히 증가한다.

익은 김치는 대개 pH4.5∼4.0정도로 이때 클로스트리듐 살모네라 등 식중독균은 절반이하로 줄어든다.

▽김치와 비타민 등〓섭씨 2∼7℃도에서 김치를 익히면 비타민C는 초기에는 20∼30%가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해 초기와 양이 같아진다. 비타민B1, B2, B12와 나이아신 등은 20일전후해 최고 2배까지 증가했다가 그 뒤 급격히 감소한다. 비타민A의 전구체인 카로틴은 변함없이 계속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프 2’ 참조.

비타민C와 B가 변화하는 것은 김치속의 미생물의 작용으로 인한 것이지만 아직 정확하게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 비타민B는 젖갈과 미생물 균체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비타민C는 배추조직중의 펙틴성분으로부터 합성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김치 맛은 이들 비타민이 최고조일 때 가장 좋다.

김치에는 젖산외에도 탄산가스와 아세트산 등 각종 유기산이 신맛을 내어 김치 맛을 산뜻하게 하고 해로운 균을 죽인다. 소금농도와 온도가 낮은 상태에서 익힌 김치에 탄산가스와 젖산 등이 많아 맛이 더 좋다.

▼아미노산-맛 관계 못밝혀▼

김치속의 아미노산은 대부분 젓갈을 첨가해서 생긴 것으로 김치가 익는 과정에서 2배 정도로 증가했다가 점진적으로 감소한다. 아미노산과 김치의 감칠 맛의 상관관계도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

최근 국내외 김치에 대한 연구 결과를 종합 정리해 ‘김치의 연구’(유림문화사 발간)를 펴낸 조재선(曺哉銑·경희대산업대학장 겸 김치연구회 간사장)교수는 “김치 연구는 최근 10여년간 크게 진전되고 있지만 아직도 과학적으로 규명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성하운기자>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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