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같은 놀이터 '딴지일보'…일-놀이 구분없앤 파격 설계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4분


미끄럼틀이 있는 일터.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곡물 창고로 최근 이사한 (주)딴지그룹 출입구는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다.

“벤처기업들은 테헤란로 서울벤처밸리에 몰려있지 않은가? 그래서 영등포로 왔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 그게 벤처다. 씨바….” 김어준 총수의 말.

사무실은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놀이터’의 컨셉으로 꾸며졌다. 삐딱하게 들어가게 돼 있는 출입구, 삐딱한 유리를 통해 사무실을 조망할 수 있는 사장실격 ‘총수실’. 톱밥을 압축해 만든 싸구려 MDF재질의 칸막이로 구분된 ‘평기자’들의 책상도 삐딱하기는 마찬가지다.

러닝머신이 있는 운동실과 3층 침대가 놓인 침실은 별도의 건물처럼 따로 지어놓았고, 그 위에는 가로 4.7m,세로 3m자리 대형스크린이 마련된 영화상영장이 있다. 이 곳은 미끄럼틀을 이용해 오르내리게 했다. 총수실 앞에는 축구게임기 포켓볼 당구대가 ‘당당하게’ 들어서 있다.

월 480만원의 월세를 내고 있는 이 사무실을 꾸미는 데 ‘수억 깨졌다’는 김총수는 “창의력이 특히 중요한 컨텐츠사업자로서 놀이와 일의 구분이 생기는 순간 딴지일보는 망한다”고 말했다. 일과 놀이, 일터와 삶터의 경계가 사라지는 융합의 시대를 선포하며.

<나성엽기자> 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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