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E메일 감시충격]개인정보 마구 캐내

  • 입력 1999년 9월 8일 23시 12분


전화 휴대전화 무선호출기는 물론 수많은 개인사생활이 저장된 E메일과 PC통신 정보조차 수사기관에 의해 수없이 유출되어온 사실이 본지 취재에 의해 처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온라인 정보유출의 심각성〓공공연한 온라인상의 정보유출은 통신사회 자체의 존립을 위협하게 된다. 개인 E메일의 경우 메일을 보낸 상대방의 개인정보들까지도 자동적으로 노출된다. ID와 비밀번호 유출은 홈뱅킹같은 재산권까지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일부 수사관은 비공개로 운영되는 온라인동호회에까지 몰래 들어갈 수 있도록 통신업체에 업무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실제 공간이 아닌 네트워크가 활동무대라는 것만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인간관계가 보호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미비한 법 규정〓통신비밀보호법 및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전화와 휴대전화에 대한 감청 조항만 있고 PC통신 인터넷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아직 없는 형편. 따라서 온라인세계에서 개인정보의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의 감청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들이 통신업체에 개인정보를 요청할 경우 법원 영장같은 공식문서를 이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취재결과 대부분이 구속력이 없는 협조공문이나 전화를 통해 개인정보를 캐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식문서가 아닐 경우 업체는 협조를 거부할 수 있지만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해 그대로 들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통신상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명확한 법규정과 제한지침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첨단화하는 통신검열 실태〓수사기관들의 무분별한 정보요청에 일부 PC통신업체는 아예 전담직원까지 두고 있다. 수시로 들어오는 정보제공요구와 이들 기관원의 잦은 업체 방문 탓이다.

수사기관의 정보요청 수위는 양과 질적으로 급상승하고 있다. 실시간 E메일 감시, 개인의 모든 정보를 여과없이 볼 수 있는 ID와 비밀번호 공개 등의 요구가 대표적인 사례. 한 업체 관계자는 “특정 네티즌이 자주 방문하는 인터넷사이트와 특정 회원이 현재 어떤 서비스나 홈페이지를 이용하는지 알아봐달라고 해서 확인해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보요청이 늘어나자 통신업계를 감독하는 정통부도 작년부터 4대 PC통신업체를 대상으로 정보요청현황을 집계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개인 사생활의 존중이라는 측면에서 수사기관에 의한 마구잡이식 정보제공 요청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 힘있는 기관이 업체에 정보제공을 요청할 경우 거부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이 훈·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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