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터넷사업 '빛좋은 개살구'많다

  • 입력 1999년 8월 4일 19시 41분


인터넷은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전자 상거래 등 인터넷 관련 시장이 각광받으면서 많은 기업들이 인터넷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별다른 준비없이 유행따르듯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면서 업계에서는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빛좋은 개살구〓올초 미국 유수의 인터넷 도서판매업체 A사와 제휴관계를 맺었다고 밝힌 국내굴지의 S재벌 계열 종합상사. 떠들썩하게 이 사실을 발표했지만 사실은 미국 A사가 전세계에 열어놓은 1만여개의 연결사이트 중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없이 개설되는 전자쇼핑몰도 ‘빛좋은 개살구’가 많다. 이들 쇼핑몰 중 상당수는 물류가 뒷받침되지 않아 제품포장 배달비용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물건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외국 유명 인터넷 업체들에 경쟁적으로 구애를 하면서 과당경쟁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한 인터넷 업체 사장은 “미국 실리콘 밸리에 가보면 한국에서 온 대기업 관계자들이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한 대기업 회장은 미국 유명 인터넷 업체 사장을 한번 만나고는 “제휴관계를 맺었다”고 과장해 상대방으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이같은 경쟁은 특히 인터넷 관련 사업을 발표하면 주가가 상승하는 ‘인터넷 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올들어 인터넷 사업을 잇따라 발표한 삼성 현대 LG 그룹의 상사들은 올초보다 주가가 최고 100% 이상 뛰었다.

▽인터넷 무역의 ‘함정’〓종합상사뿐만 아니라 1인 무역업체 등 영세무역업체들도 인터넷을 통한 거래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외국 대형 바이어와 대형 거래를 성사시키는 등 성공사례도 많다.

그러나 인터넷이 ‘성공의 보증 수표’라는 환상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한 예로 요즘 인터넷을 이용한 사기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중소 무역업체 B사의 경우 최근 한 독일회사에 사기를 당했다. 독일회사의 요구로 반도체 관련 상품 샘플비를 송금했으나 그 후 연락마저 두절된 상태.

전문가들은 “인터넷 거래에 대한 기대심리는 높은 반면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사기 위험도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